[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국내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1호 상장사’ 후보로 거론되는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이 장외주식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기간이 임박한 컬리의 주가는 미끄러지고 있는 반면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을 받은 오아시스마켓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새해에도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수익성, 상장 시점 등 차이로 투자심리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 오아시스마켓 성남 본사.(사진=오아시스마켓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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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2일 기준 2만6800원을 기록했다. 지난 달 30일 3만1000원과 비교하면 13.54%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연간 최저 수준인 기준가(2만6500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오아시스마켓은 2만6600원으로 4.72% 올랐다. 지난 달 26일 2만1500원으로 2만원대 붕괴 직전까지 갔다가 최근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고 있다.
증시 입성의 9부 능선을 넘은 두 기업들에 대한 IPO 전망이 갈리면서 장외 시장 시세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지난 9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지 약 석달 만이다. 오아시스의 공모 예정 금액은 2585억~3016억원, 기업가치는 1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고 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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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아시스마켓은 이커머스 업계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보다 19.9% 증가한 3118억원, 순이익은 42.6% 늘어난 30억원을 기록했다. 40여개의 직영점과 60여개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재고관리와 안정적인 재무 관리가 강점으로 꼽힌다. 상장 예심을 통과한 기업은 6개월 이내 상장을 해야하는 만큼 올 상반기 중 코스닥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마켓은 컬리에 비해 기업가치 평가액은 낮지만, 순이익이 나고 있어 기업공개(IPO) 업계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8월 상장 예비심사 문턱을 먼저 넘은 컬리는 여전히 상장 일정이 오리무중이다. 증시 입성을 위해서는 상장예심 승인의 유효기간인 2월22일까지 거래소에 상장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제출 후 공모절차를 진행하려면 늦어도 이달 말까지 증권신고서를 내야 한다.
컬리가 해를 넘기고도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자 IPO 업계에선 상장 철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1년 말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4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지난해 금리인상 여파로 1조원대까지 쪼그라듯 탓이다. 매년 적자 규모가 늘어나는 것도 상장 걸림돌로 지적된다. 컬리의 적자 규모는 2018년 337억원, 2019년 1013억원, 2020년 1163억원, 2021년 2177억원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금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적자기업들이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에 컬리와 상장주관 증권사는 지난해부터 최적의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며 장고를 거듭해 왔지만 해가 바뀌어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프리IPO 단계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상장 후 주가가 최소 4배 이상 상승해야 한다”면서 “현재 증시 상황에서는 상장 후 큰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컬리가 증권신고서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