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오후 4∼5시쯤일 거다. 노르스름한 볕색이 그때를 가리킨다. 큰 창을 따라 비스듬히 스미는 빛의 밀도가 말이다. 저 곁에선 놓고 있던 추억을 소환해도 될 듯하다. 저 아래선 어떤 고집스러운 의견도 이해받을 듯하고, 그저 오후 피로감에 깜박 졸더라도 용서가 될 듯하다. 저토록 관대해 보이는 햇살이라면 말이다.
2000년대 초·중반 독일 유학시절, 우연히 책상 위 유리판에 햇빛이 비치는 걸 보고 “이거다!” 했단다. 이후 유리로 할 수 있는 시행착오는 겪을 만큼 다 겪고 여기까지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건 햇살의 밀도라고 했더랬다. 좋다고 과하게 쏘는 순간 빛이 드는 대신 열이 나는 공간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