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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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 대통령 당선인을 사실상 결정하는 연방총무청(GSA) 및 자신의 대선 캠프팀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으로의) 정권 이양과 관련해 필요한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법정 다툼 등 불복 행보는 계속 이어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비록 이번에는 물러나지만, ‘쉽게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도모한 것이다. 향후 2024년 대권 재도전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美연방총무청 “정권이양 개시”…트럼프 “내 지시”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하기 위해 에밀리 머피 GSA 청장과 그의 팀에게 (정권 인수인계) 초기 절차와 관련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을 권고했으며, 나의 팀에게도 똑같이 하라고 했다“고 썼다.
미 대통령직 인수법에 따르면 GSA는 대선 이후 대통령 당선인을 확정한 뒤, 인수인계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으로 트럼프의 패배를 인정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들도 “바이든 당선인이 명백한 승자임을 GSA가 확인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이든 인수위원회 측도 이날 성명에서 “머피 청장이 바이든의 분명한 선거 승리를 확인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까지 인수인계 등에 필요한 자금과 사무실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정기적으로 국가원수로서 가장 중요한 핵심사안인 국가안보 브리핑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트럼프의 결단은 자신이 제기한 불복소송이 잇달라 불발되는 가운데, 이날 펜실베이니아주(州) 대법원이 우편투표 집계를 막아 달라는 소송을 전격 기각하자 더 이상 반전의 기회는 없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CNN방송은 “30건이 넘은 불복 소송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건 단 2건뿐”이라고 전했다. 한때 우군인 공화당 인사들이 속속 등을 돌리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트럼프 법무팀을 겨냥해 “국가적 망신”이라고 맹비난했고,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팻 투미 상원의원 등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정권 이양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상태다.
“싸움 이어가, 우리가 이겨”…후일 위한 지지층 결집그러나 이날 트럼프의 행보를 두고 전략적 일보 후퇴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인계 지시와 별개로 ‘불복 의지’를 더욱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이날 GSA의 인수인계 개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올린 트윗에서 “우리의 (법적) 소송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좋은 싸움을 이어갈 것이며, (결국에는)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고 썼다. 당장은 물러설 수밖에 없지만, 이후를 도모하기 위한 지지층 결집, 즉 여론전만큼은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미 정가는 물론 월가에서도 트럼프의 2024년 대권 재도전설(說)은 끊이질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개인적으로는 퇴임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연말께 2024년 대권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선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WP는 “트럼프는 측근 참모들에게 정계 및 언론에 항상 등장하는 세력으로 남아 있길 원한다는 뜻도 전했다”고 썼다.
안에선 민주당 내 진보-중도 진영 간 기 싸움, 밖으로는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압박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통산 ‘집권당 심판론’이 우세한 2022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조기 레임덕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이미 7400만표라는 역대 2위 득표 기록을 세운 트럼프가 다시 대권에 도전한다면 공화당 내 경쟁자들을 압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코로나19 사태만 아니었다면 사실상 완전고용을 실현하는 등 경제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재도전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22·24대 대통령을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의 ‘징검다리’ 집권을 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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