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어려운 2030…“문자메시지, 메신저 선호” 성인 2명 중 1명 이상 ‘콜 포비아 증상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가속화… “업무, 일상 모두 통화 힘들어” “무조건 회피 말고 적응해야”
등록 2022-08-03 오후 4:38:03
수정 2022-08-03 오후 9:43:09
권효중 기자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문자서비스에 메신저도 있고, 배달 앱도 있는데 굳이 전화통화를 왜 해요? 어쩔 수 없이 전화해야 하면 통화 연결음 들어도 긴장돼서 심호흡을 하게 돼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 사이에서 전화 통화할 때마다 긴장감, 압박감 등을 느끼는 ‘콜 포비아’(전화통화 기피증) 현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3년여 코로나19 유행 속에 비대면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화통화는 불편하고 불필요한 것이란 인식이 퍼져서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이러한 특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심화됐다면서 직접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홍보대행 업무를 하는 직장인 신모(29)씨는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심호흡을 하며 긴장한다. 신씨는 “전화를 하기 전에 인사말을 포함해 미리 간단한 대본을 써놓는다”며 “내 말이 어눌하게 들릴까봐 신경 쓰이고, 굳이 전화로 무언가를 요청하는 과정이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송모(30)씨 역시 통화가 늘 어렵다. 송씨는 “전화보다 문자메시지 등을 남기면 깔끔하게 용건만 정리할 수 있는데 전화로 하다 보면 늘 횡설수설하게 설명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하다”며 “그래서 평소 문자를 길게 남겨두고 요청 사항 등을 정리하는 편”이라고 했다.
전화 통화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건 신씨와 송씨만이 아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20년 성인 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1%는 ‘콜 포비아를 느낀다’고 답변했다. 이는 2019년(46.5%) 대비 6.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성인 2명 중 1명 이상이 전화통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셈이다.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이들 가운데선 업무뿐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통화 역시 어려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원생인 김모(28)씨는 “음식점 배달 주문을 할 때도 굳이 전화를 걸기보다는 배달 앱을 사용한다”며 “음식에서 빼주길 원하는 재료, 일회용품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을 일일이 말로 하는 게 어색하고 싫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이모(25)씨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문자 등 다양한 소통 서비스가 있는데 굳이 통화를 할 이유가 없다”며 “목소리를 듣고 싶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친구들끼리도 전화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콜 포비아를 겪는다는 응답자들은 이유로 ‘전화보다 메신저 앱, 문자 등 비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해져서’(58.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외에 ‘나도 모르게 통화로 말실수를 할 것 같아서’(35.3%), ‘말을 잘 못 해서’(30.5%) 등도 이유로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익숙했던 MZ세대의 특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심화해 콜 포비아가 커진 것으로 진단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원래부터 SNS에 익숙해하고 문자나 메신저 등으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했고 통화는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며 “코로나19라는 변화를 맞아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전화통화’라는 전통적 의사소통 방식에 여전히 대체 불가능성이 있는 만큼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대면 소통과 마찬가지로 통화를 통해 목소리를 듣고, 상대와 공명하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사회 경험을 쌓아가며 자연스럽게 통화의 장점과 필요성을 느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회피를 이어가다보면 결국 중요한 전화, 만남 등까지 회피에 익숙해진다”며 “정말 중요한 것부터 선별적으로 조금씩이라도 대응하고 적응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