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신청이 폭주해 발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예상 대기시간은 3시간입니다.”
정부가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시범 발급한다는 소식에 운전자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미흡한 현장 대처로 인해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발급처인 서부운전면허시험장과 대전운전면허시험장에는 신청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리며 업무가 이미 마비된 상황.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도로교통공단은 사태를 직시하고 현장 인력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뒷북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지난 11일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입구.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 예상 대기시간이 3시간이 걸린다는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있다. (사진= 정두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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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자 북새통…기라리다 지친 대기자들 ‘고성’ 직원은 ‘멘붕’ 지난 11일 오전 9시 서부면허시험장. 1층 운전면허접수증 발급창구엔 창구를 열자마자 모바일 면허증을 발급받으려는 운전자 200여명이 몰렸다. 현장 직원은 “발급 대기시간만 ‘3시간’이 걸린다”며 “이마저도 예상 시간일 뿐, 조금 더 지체될 수 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지난달 27일부터 8만명에게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선착순으로 시범 발급하고 있다. 6개월의 시범기간을 거쳐 오는 7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전국에 두 곳만(서울서부 운전면허시험장, 대전 운전면허시험장) 발급 업무를 하다 보니 인파가 한꺼번에 대거 몰리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후 매일 1000건 이상씩 발급하고 있다.
이날 예상보다 많은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대기줄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일부는 순서에 관계없이 면허증 발급이 이뤄지자 결국 고성이 오가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경기도 용인에서 왔다는 한모(38)씨는 “아침 8시 50분에 시험장 문을 열기도 전에 왔는데 몇시간 씩 기다리고 있다”면서 “업무가 분담된 직원이 제대로 없어서 명단 장석만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현장 관리가 완전히 엉망”라고 성토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온 김모(24)씨는 이틀에 걸쳐 세 차례나 면허시험장을 찾았는데 하염없이 대기만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전날 사람이 너무 많아 대기를 걸어놓고 오늘 바로 수령만 하면 된다고 안내를 받고 왔는데 직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오늘 온 사람들이 먼저 면허증을 찾아가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자 한 시민은 직원들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며 분을 참지 못했다.
| 지난 11일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내 모바일운전면허증 발급 창구에 신청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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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검사 창구는 개점휴업…“매일 야근해도 역부족” 직원들은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신청 명단을 대조하며 사방팔방 바삐 뛰어다녔지만 대기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업무가 마비되면서 적성검사 창구는 아예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 시민은 “적성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직원이 대체 어디있느냐”며 어리둥절해 했다.
갑자기 업무가 폭주한 직원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면허시험장의 한 직원은 “매일 야근을 하고 있지만 지금 인원으로는 역부족”이면서 “수시적성검사 업무 창구는 아예 비워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시민은 “시험장 측에서는 직원과 발급기를 총동원해서 발급업무를 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사태를 예상 못한 안일한 대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시민은 “온라인 신청자들의 경우 정확히 언제 수령 가능하다는 문자를 준다든지, 아니면 창구를 다수 확충하든지 효율적인 대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편이 계속됨에 따라 도로교통공단은 현장 인력 확충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 초기이다 보니 관심이 높은 시기라 시범운영 중인 운전면허시험장에 발급 신청자가 급격히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로 인해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부분에 대해서 인력 확충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신청자들이 연일 1000여명 수준에 이르면서 시범 발급이 조기 마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은 IC운전면허증 발급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해 발급에 불편이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현장 QR 발급은 수량에 제한이 없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라면 조기 마감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상황에 따라 온라인 신청 수량을 조절하려는 계획도 검토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