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들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교육부 사무관 A씨가 자녀의 초등학교 담임 교사 B씨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11일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A씨는 B씨에게 ‘담임 선생님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냈다.
1번부터 9번까지 나열한 편지에는 “하지 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주세요”,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여 (하는) 인사를 강요하지 않도록 합니다”, “등교를 거부하는 것은 자유가 허용되자 제일 힘든 것부터 거부하는 현상입니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편지는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증거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사무관 A씨가 담임교사 B씨에게 보낸 편지(사진=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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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 3학년 자녀의 담임교사였던 C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고 관련 법령에 따라 즉시 직위 해제됐는데, C씨는 올해 5월 대전지방검찰청으로부터 아동 학대와 관련해 ‘혐의없음’을 처분받았다. A씨의 편지를 받은 B씨는 C씨의 후임 교사다.
이와 관련해 학교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A씨 행위를 명백한 교권 침해로 판단하고 서면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 작성 처분을 내렸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우울 장애로 약물을 복용한 C씨는 지난 6월께 복직한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교육부 사무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담임을 교체할 수 있다고 C씨를 협박했다. A씨는 자녀가 2학년 때 자신의 민원으로 담임이 교체됐다고 언급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노조는 A씨가 현재 교권보호위원회 처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선 A씨의 이름과 근무 학교 등 신상정보가 퍼졌다. “누군데 ‘왕의 DNA’를 들먹이느냐”며, 그 출처에 대한 의문과 특권의식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가 편지에 쓴 ‘왕의 DNA’에 이어 ‘극우뇌’라는 다소 생소한 표현이 대다수 누리꾼의 눈길을 끌었다.
포털사이트에 ‘극우뇌’를 검색해본 누리꾼들은 “자폐를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 한 인터넷 카페를 지목했다.
최근 들어 활동이 뜸했던 해당 카페에는 A씨 논란이 일어난 이틀 새 약 200명이 가입했다. 일부 신규 가입자는 A씨 비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기존 가입자 일부는 “5급 사무관이 소장님(카페 운영자) 육아지침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안 그래도 설 곳 없는 우리 아이들…‘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취급까지…”, “ㅇㅇ가족(카페 회원들) 자유게시판 글들도 외부에서 검색됩니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확산하자 교육부는 A씨의 직위해제를 대전교육청에 요청했고 교육청은 이날 A씨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A씨는 올해 1월 1일 자로 세종시교육청에서 대전시교육청으로 전출 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번 사안에 대해 “교사들이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혐의 유·무와 관계없이 억울하게 직위가 해제되거나 모든 민·형사상 절차를 부담하는 사례가 많아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