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지역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으로 7200여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고 여진과 악천후의 영향으로 사상자 수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튀르키예 강진으로 7일(현지시간) 남부 하타이주에서 건물이 붕괴된 모습.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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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파흐레틴 코자 튀르키예 보건부 장관은 자국 내 사망자 수는 5434명이며 부상자는 3만 1777명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반군 측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은 반군 통제 지역에서 최소 1020명이 숨지고 230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시리아 국영통신 SANA는 정부가 장악한 지역에서 최소 812명이 사망하고 1449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집계를 합쳐 7266명 이상이다. 부상자 수는 3만 5526명을 넘어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81개 주에서 지진으로 피해를 본 10개 주를 재난 지역으로 설정하고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피해 지역에 5만명 넘는 구호 인력을 보내고 53억달러(약 6조 7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서부 관광 중심지인 안탈리아의 호텔을 이재민 임시 수용 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에서 국제구조대(ISAR) 구조대원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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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는 지난 6일 오전 4시 17분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 같은 날 오후 1시 24분에는 규모 7.5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고 지난 7일 오전 6시 13분에는 튀르키예 중부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이 5775채라고 밝혔다. 또 서부 아다나에서 동부 디야르바키르까지 직경 약 450㎞, 북부의 말라티아에서 남부의 하타이주까지 약 300㎞에 걸쳐 135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당국은 진원지에서 약 250㎞ 떨어진 하마 지역까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지진 피해가 넓은 지역에 걸쳐 발생하면서 인력과 물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진으로 전기가 끊기고 도로가 파손됐으며 추운 날씨까지 이어져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튀르키예, 시리아 주민들은 가족과 이웃을 찾기 위해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내전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시리아 북부에서는 난민 구호 활동 중이던 비정부단체들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튀르키예 동부 말라티아에서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들어올리던 사비하 알리낙씨는 “시댁 손자들이 여기에 있다”며 “이틀간 이곳에 있었다. 정부는 어디에 있나. 우리가 이들을 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에서 5세 아이가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에서 구조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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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향한 국제 사회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는 전 세계 65개국에서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단일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총 118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대를 튀르키예로 급파했다. 일본은 75명 규모의 구조대를 튀르키예에 파견할 예정이며, 중국은 튀르키예에 1차로 4천만위안(약 74억원)에 달하는 긴급 원조를 결정했다.
유럽연합(EU)도 12개국 이상의 회원국이 지원에 동참하기로 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87명으로 구성된 구조대를 튀르키예에 보내기로 했으며 러시아도 구조대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각각 79명으로 구성된 2개의 수색, 구조팀을 양국에 보냈다.
에게해를 두고 튀르키예와 수십 년간 대립해 온 그리스도 구조인력 20여명을 보냈다. 튀르키예의 반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지연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도 지원의 뜻을 밝혔다. 시리아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지원을 거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