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교사들 “유아발달 고려하지 않은 정책” 반발 학부모도 “1년 조기 입학, 돌봄부담 키울 것”우려 교총 “지금도 조기입학 안 시키는데” 재검토 촉구 “교육부 정책 현실화 시 대입·취업경쟁 ↑” 걱정도
등록 2022-07-31 오전 8:17:24
수정 2022-07-31 오후 9:41:38
신하영 기자
새학기를 맞은 지난 3월 2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여울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입학식이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유아들의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끝까지 강경 대응할 것이다.”
교육부가 현행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하자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가 내놓은 성명서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해당 정책을 발표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는 정책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15~20분의 활동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 것이 만 5세 유아들”이라며 “이들이 40분간 초등학교 교실에 가만히 앉아 학습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만 5세 유치원생을 가르쳐본 교사들은 오히려 입학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치원 교사 김모씨는 “수업시간에 15분도 집중하기 힘들어 하는 게 만 5세 유아”라며 “수업 중 엎드려 있거나 옆친구와 떠들고 노래 부르는 아이도 많은데 초등 입학연령을 높이는 것도 아니고 낮추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취학연령 하향 조정이 탁상행정에서 나온 정책이란 비판이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취학연령 하향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취학연령 하향은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현재도 개인 선택에 따라 초등학교 조기입학이 허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이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논평을 통해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지금도 1년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2009년 9707명이던 조기 입학은 2021년 537명으로 감소했다”며 “한 살 많은 형이나 언니들과 함께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일”이라고 지적했다.
맞벌이 부부들의 돌봄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학부모 이모씨는 “초등학교 하교 시간은 12시로 유치원보다 일찍 끝난다”며 “초등볼봄 교실의 경쟁률이 높아 하교 후 학원을 2개 이상 보내고 있는데 초등 입학연령을 낮추면 그만큼 돌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 입학연령을 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박 부총리는 “사회적 양극화의 초기 원인은 교육격차”라며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겨 사회적 약자 계층이 빨리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무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앞당겨 학생 간 학습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 입학연령 하향 정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4년에 걸쳐 만 5세 아동을 일정비율로 나눠 입학시키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2025년부터 이를 시행하게 된다면, 2025년 초등 입학 대상은 원래 2018년생(만 6세)인데 2019년생 중 1~3월생(만 5세)을 추가로 입학시키는 방식이다. 이후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이,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입학하게 된다. 4년간은 1년 3개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동급생이 되는 구조다.
하지만 만 5세 아동을 나눠 입학시켜도 한 학년 동급생 수는 5만 명가량 늘어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교육부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2025학년도 취학 대상은 총 40만9852명(2018년생과 2019년 1~3월생)으로 그해 2학년에 올라가는 2017년생(35만7771명)보다 약 5만2000명 많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중·고교를 함께 다니는 동급생이 늘면서 대입 경쟁률이 상승할 것”이라며 “해당 아이들의 피해는 취업과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나며 평생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