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해방의 날…자장면과 어깨 나란히 '8월31일'[그해 오늘]

2011년 8월31일 국립국어원, '짜장면' 표준어 인정
이전까지 '자장면'만 표준어…국민 91.8%가 '짜장면' 활용
  • 등록 2022-08-31 오전 12:03:00

    수정 2022-08-31 오전 12:03:00

    김영환 기자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지난 2005년 10월 5일 시인 안도현은 ‘한겨레신문’에 “어느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할 때였는데, 젊은 여성 아나운서는 표지에 큼지막하게 쓰인 ‘짜장면’을 놔두고 자꾸 ‘자장면’이라고 발음을 하는 것이었다”라며 “그날 나는 일부러 ‘짜’를 강하게 발음하는 강짜를 부렸다. 그때마다 그 아나운서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걸 분명히 보았다”고 썼다.

안 시인의 동화 ‘짜장면’ 출간 인터뷰에서다. 아나운서는 직업 윤리로 말미암아 “자장면”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그 아나운서도 중국집을 찾아서는 “짜장면 주세요”를 외쳤으리라. 2009년 SBS 한 프로그램의 조사결과 국민의 91.8%가 ‘자장면’ 대신 ‘짜장면’을 쓰고 있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011년 8월31일, 대한민국에서 드디어 ‘짜장면’이 표준어의 지위를 얻게 됐다. ‘짜장면’에 대해 틀렸다고 명확하게 정했던 1986년 외래어 표기법 고시 이후 25년 만에 내린 국립국어원의 전향적 결정이었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39개의 단어를 새롭게 표준어로 인정했는데 단연 주목을 받은 것은 ‘짜장면’이었다.

당초 중국어 ‘炸醬’(zhajiang)에서 유래를 찾았던 지라 국립국어원은 ‘표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자장면만을 표준어로 인정해왔다. 비슷한 ‘짬뽕’은 표준어로 인정하면서 ‘짜장면’에서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던 국립국어원과 기존의 언어 습관을 한순간에 부정당한 언중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다.

짜장면을 표준어로 인정할지를 놓고 지난 2010년 2월에서야 국어심의위원회에 안건이 회부됐다. 이후 어문규범분과 전문소위원회가 구성됐고 각각의 항목에 대해 총 3회에 걸친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하는데 1년6개월이 더 소요됐다.

2011년 들어서는 변화의 조짐도 감지됐다. 당시 국립국어원 원장이던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규범이 언어생활을 옥죄어서는 안 된다”라면서 “온 국민이 다 ‘짜장면’이라고 하고 있는데 규범은 ‘자장면’이다”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비표준어이나 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표준어보다 더 자주 쓰는 단어에 대해서 복수표준어를 삼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2011년 8월31일 짜장면과 함께 ‘간지럽히다’(간질이다),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맨날’(만날), ‘복숭아뼈’(복사뼈), ‘묫자리’(묏자리) 등이 복수표준어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