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역성장에 이어 3분기 간신히 역성장을 피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을 종전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4분기에 전기대비 0.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면 수정 전망치 달성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가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한은 측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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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없었다…수출 소폭 늘었지만 투자 더 크게 감소
한은은 5일 올해 우리나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전분기대비 0.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속보치와 비교해 수출과 수입이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소폭 상향 조정됐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0.8%포인트, 0.4%포인트씩 하향 조정됐다.
수출은 자동차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2% 감소했다. 수출이 전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처음이다. 반면, 수입은 기계 및 장비 등이 늘면서 1.6% 증가했다.
내수 회복세를 이끈 민간소비는 전기·가스·승용차 등 재화와 의료·운송 등 서비스 부문 모두 늘면서 0.5% 성장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 중심으로 6.5% 증가했지만,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건설 위주로 3.6%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3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 역시 속보치와 같았다. 내수가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 올린 반면, 순수출(수출-수입)은 0.8%포인트를 깎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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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측은 4분기에는 성장률이 다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창구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4분기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성장률이 0.5% 이상이면 (전망치인) 연간 2.2%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1분기부터 3분기 누적 성장률을 계산해보면 2.3%가 나온다. 4분기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더라도 연간 성장률은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실을 방문해 최근 비상계엄 사태가 대외신인도와 성장률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계엄이 오래 지속됐으면 인식이 더 나빠질 수 있지만 6시간 만에 해제됐기 때문에 신인도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촉발한 대통령 탄핵 정국과 관련해서도 “경제 성장률이나 중장기적인 경제 흐름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는 불확실성은 크지만 성장률 전망 등을 바꿀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의 조치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1.4% 늘었다.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무역손실이 16조 6000억원에서 14조 2000억원으로 축소된 덕에 실질 GNI 성장률이 실질 GDP 성장률(0.1%)을 웃돌았다. 명목 GNI는 직전 분기보다 0.5% 감소했다. 다만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7조 3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늘어 명목 GDP 성장률(-0.8%)을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