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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에릭센은 12일(현지시간) 유로 2020 핀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 42분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응급의료진이 그라운드로 들어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에릭센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다행히 에릭센은 의식을 되찾았지만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세계 축구계와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에릭센과 한솥밥을 먹었던 손흥민도 마찬가지였다. 1992년생 동갑내기인 손흥민과 에릭센은 2015~2016시즌부터 5시즌 동안 토트넘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에릭센은 2019~20시즌 도중 인테르밀란(이탈리아)으로 이적하면서 토트넘을 떠났지만 우정은 변함이 없었다. 손흥민은 레바논전에 앞서 자신의 SNS 계정에 에릭센과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던 시절 찍은 사진과 함께 “나의 모든 사랑을 에릭센과 그의 가족에게 보냅니다. 힘내요 형제여”라고 글을 올렸다.
레바논과 경기에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2-1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손흥민은 1-1로 맞선 후반 20분 상대 핸들링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했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레바논 골문 오른쪽을 뚫었다. A매치 통산 92번째 경기에서 기록한 27번째 골이었다.
손흥민 개인에게도 의미가 큰 골이었다. 손흥민이 A매치에서 골 맛은 본 것은 지난 2019년 10월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와의 2차 예선전에서 2골을 기록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월드컵 2차 예선과 브라질, 멕시코, 카타르와 원정평가전 등에 출전했지만 최근 6경기에서 골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날 득점은 무려 20개월 만에 거둔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결승골에 앞서 후반 5분 상대 자책골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정확한 킥으로 송민규의 헤딩슛을 유도했다. 송민규의 머리를 맞은 공은 상대 수비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송민규의 A매치 데뷔골이 된 듯 보였지만 이후 레바논 자책골로 기록이 바뀌었다. 전반 26분에는 감각적인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레바논 수비수가 골라인 앞에서 몸을 날리며 걷어내 득점과 이어지지 않았다.
손흥민은 경기 중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치며 응원을 유도하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앞장섰다. 이날 캡틴의 품격을 마음껏 보여주면서 하나은행 후원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돼 상금 300만원까지 챙겼다.
손흥민은 경기 후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에서 생활하면서 선수들에게 너무 고마웠다”면서 “이런 좋은 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참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동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월드컵 최종예선이 벌써 3번째인데 얼마나 힘들고 긴 여정인지 잘 알고 있다”며 “정신적인 부분에서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모든 부분에서 보완이 돼야 한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