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숭생숭하면서도 꿈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이달 초 발매한 새 앨범 ‘해방’으로 힙합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스카이민혁(Skyminhyuk, 본명 이민혁)의 말이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한 스카이민혁은 “‘잘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꿈과 야망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행히 반응이 너무 좋아서 큰 용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스카이민혁은 2020년 방송한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에 출연해 본선 무대까지 오르는 활약을 펼치며 유명세를 얻었다. 문제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토해내는 날 것 같은 랩 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가 갈렸다는 점. 스카이민혁을 비롯해 릴보이, 원슈타인, 칠린호미 등이 참여한 미션곡 ‘프릭’(Freak)에는 ‘스카이민혁 삭제 버전을 올려달라’는 혹평 댓글이 쏟아졌고, 실제로 유튜브에는 그의 분량을 뺀 제거 버전 영상들이 게재돼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당시의 심경을 묻자 스카이민혁은 “그런 반응으로 인한 상처가 당연히 있었고, 라이브 방송을 할 땐 악플을 단 사람들과 댓글로 싸우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상처를 줘선 안 되는 것인데, 그땐 성숙하지 못했다. 그분들께 미안한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스카이민혁의 실력과 멘탈은 한층 성장했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만들어낸 이번 앨범으로 혹평을 호평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며 ‘스카이민혁은 랩을 못한다’는 이미지에서 당당히 ‘해방’됐다. ‘해방’은 각종 힙합 커뮤니티에서 ‘올해의 힙합 명반 중 하나’라는 호평과 찬사를 얻고 있으며 뜨거운 호응 속에 국내 애플뮤직 랩/힙합 부문 인기 앨범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사인반 앨범의 경우 추가 제작반까지 품절된 상태다.
스카이민혁은 “생각을 바꿔 ‘진짜 좋은 음악을 들려줘서 혹평을 하는 분들까지 내 팬으로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금은 오히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자만하지 않고 발전의 계기를 맞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울러 스카이민혁은 “해가 떠 있을 때 4~5시간씩 연습하고 작업하면서 좋은 랩을 들려 드리기 위해 노력했고, 이센스, 빈지노, 개코, 테이크원 등 평소 영향을 많이 받은 래퍼 분들의 앨범을 들으며 연구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팡’ 하고 실력이 늘더라고요. 어떻게 박자를 타며 강약조절을 해야 듣기 좋은 랩이 되는 지에 대해 깨달은 점이 이번 앨범에 반영돼 호평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랩 실력이 별로라 욕을 먹던 스카이민혁이 해낸 걸 보니 나도 용기가 생긴다’는 반응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스카이민혁은 타이틀곡 ‘14-23’을 비롯해 ‘식사’, ‘아웃컴’(OUTCOME), ‘아버지’, ‘현주소’, ‘XXK 넥스트 레벨(NEXT LEVEL)’, ‘내 방에서 나가’, ‘파이트’, ‘해방’, ‘공생’, ‘진실’, ‘욕심’ 등 총 12개의 트랙으로 채웠다. 자신의 성장 과정과 음악적 소신을 진솔한 랩 가사로 풀어내 몰입도 높은 앨범을 완성했다. 랩 스타일은 이전보다 한결 힘을 덜어내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바꿨는데, 특유의 호소력은 여전해 흡인력이 있다.
래퍼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건 재수생이었던 스무살 때다. 스카이민혁은 “부모님은 제가 육군사관학교에 가길 바라셨다. 현실적인 상황들을 고려해 부모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려고 했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감 때문인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며 “그때 도피처이자 인생의 가장 큰 재미였던 랩을 제대로 해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3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래퍼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스카이민혁이 래퍼가 된 과정을 들여다보면 왜 그가 용기와 소신을 중요시하는지, 그리고 왜 그의 랩에 한이 서려 있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스카이민혁은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랩을 주로 쓰다 보니 항상 분노에 차 있었고, ‘쇼미더머니9’ 미션 무대 때처럼 악을 지르는 듯한 발성이 나왔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과거의 이야기와 분노에서 해방되어 좀 더 폭넓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제 색깔과 소신은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민혁은 ‘랩스타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왼쪽 눈 밑에 별 모양 타투를 새겼고, ‘스카이’를 붙인 랩네임에는 ‘하늘 높이 올라가겠다’는 포부를 녹였다. 인터뷰 말미에 스카이민혁은 지금도 그러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힙합 시장 자체는 커졌지만, 소신 있는 음악,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은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힙합은 안 멋져’라는 ‘밈(meam)’이 유행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소신 있는 음악,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으로 힙합의 멋을 알리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