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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은 그때 이선재였다. 막 20세가 된 싱그러운 청년이었다. 직업에 귀천 없는 세상, 그저 친구 소중한 줄 알고 부모 감사한 줄 알며 열심히 사는 건실한 남자였다. 매력을 더한 건 차가운 머리였다. 스스로는 모르는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의 잠재력은 뇌를 채웠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마음이 이끄는대로 행동할 수 있는 진심을 낳았다. 40대 여성과의 사랑을 꿈꿀 수 있게 했다. 이를 계기로 나의 가치 그리고 꿈을 논하며 생각을 키워갈 수 있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했다.
유아인은 ‘밀회’를 통해 연기력으로 다시 인정 받았다. 스크린에서 보여준 매력과 다른 모습에 시청자들이 반했다. 상대 배우인 김희애마저 유아인의 현장 적응력과 대사 표현력, 캐릭터 구상 능력에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을 정도였다.
A와 B가 돈 문제로 얽혀 자신을 괴롭히면, 두 사람에게 글로브를 씌워 싸우게 만들었다.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우리나라 사극 작품 중 군사, 노예끼리 죽고 죽이게 만드는 광경을 게임하듯 즐기는 광기 어린 왕이 마치 현대판으로 환생한 느낌이다. 유아인은 흡사 그의 진짜 모습이 조태호가 아닐까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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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과 유해진은 앞서 ‘베테랑’으로 만나게 된 유아인의 연기력을 칭찬한 바 있다. 이른바 ‘좌 해진, 유 정민’을 업은 복 받은 후배였던 셈이다. “입에 바른 소리가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배우고 간 현장이었다”고 말한 유아인의 진심이 ‘베테랑’에 이르러 ‘조태호’로 통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