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아버지` 김동호 리더십의 5가지 비결

-2010 부산국제영화제를 끝으로 영예롭게 퇴임하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 등록 2010-10-15 오후 8:41:22

    수정 2010-10-15 오후 8:41:22

▲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해운대(부산)=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없었더라면 부산영화제의 성공이 가능했겠습니까?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퇴임기념 고별 파티.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은 400여 명의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허 시장의 질문에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부산국제영화제 탄생의 산파이자 부산영화제의 성공을 이끈 김동호 위원장의 업적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동호 위원장은 `부산영화제의 아버지`란 영예로운 별명과 함께 올해를 끝으로 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났다. 1937년생인 김 위원장은 문공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문화부 차관까지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전신인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역임하며 영화계에 인연을 맺은 그는 영화계의 추대로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부임했다.

사실상 한국의 첫 번째 국제영화제로 창설된 부산영화제는 이후 아시아 영화의 창을 좌우명으로 내걸고 급격하게 성장해 앞서 열리던 일본 도쿄영화제와 홍콩영화제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 최대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세계4대 영화제에 버금간다는 평가 속에 지난 90년대 이후 만들어진 세계의 각종 영화제 중 가장 성공한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부산영화제의 성장과 성공에는 지난 15년 동안 영화제를 위해 헌신을 다한 김동호 위원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바탕이 됐다. 이데일리SPN에서는 김동호 위원장의 퇴임을 맞춰 부산영화제를 이끈 `김동호 리더십`을 영화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분석해 봤다.

① 철저한 자기관리는 기본

“분명히 로비에서 같이 독한 체코 술을 마셨는데 위원장님은 다음날 일행 중 제일 먼저 단정한 모습으로 식당에 오셔서 아침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김동호 위원장과 함께 몇 해 전 체코의 카를로바리 국제영화제를 찾은 설경구는 김동호 위원장의 철저한 자기관리에 놀랐다고 한다. 환갑이 넘은 `할아버지` 위원장이었지만 체력은 오히려 젊은 감독이나 배우들 못지않았다는 것. 설경구뿐만 아니라 김동호 위원장과 함께 일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놀란 점이 김 위원장의 철저한 자기관리였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절대 아침 일정에 늦지 않았다는 것. 젊은 자원봉사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영화제의 살인적인 스케줄에서도 김 위원장은 정정한 체력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비결은 관료 시절 몸에 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근무태도에 모범을 보였기 때문에 `자유로운 분위기`가 넘쳤던 영화제 인사들도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② `배려가 우선` 이타주의로 무장한 권위

부산영화제 산파 역할을 한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김동호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해 “평생에 걸쳐 접해 보기 어려운 이타주의자가 보여주는 권위”라고 정의했다. 전 프로그래머는 지난 15년간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누구보다 김 위원장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전 프로그래머는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얼굴에서 성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모든 일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체화된 분이다”고 말했다. 전 프로그래머는 “저는 김 위원장처럼 살 자신이 없다”고 전제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김 위원장은 청렴과 겸손을 중요시하는 종교계에서나 볼 수 있는 어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숙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한 사람의 권위로 어떤 행사가 지속적으로 성공 궤도를 보이는 경우는 극히 없었다”며 “특히 조직 수장의 권위를 놓고 동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국내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영화계 각계각층의 호평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이한 경우다”고 밝혔다.

③ 따뜻하고 소탈한 휴머니티

`똥파리`로 국내외 평단에서 호평을 받은 양익준 감독은 김동호 위원장을 “따뜻한 어른”이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북유럽의 영화제에 초청받아 갔는데 김 위원장님도 그 곳에 계셨다”며 “당시 저희 일행을 데리고 직접 미술관을 데리고 가셔서 그림도 설명해주셨다”고 김 위원장과 얽힌 일화를 전했다. 양 감독은 마치 자식인 양 자신들을 챙겨주는 김 위원장의 따뜻한 모습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 김동호 부사눅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 위원장의 소탈함을 보여주는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져 오는 부산은행 신문지 자판 사건이 있다. 부산영화제 1회 당시 남포동 부산은행 앞에서 김 위원장은 당시 외국 게스트들과 함께 분위기에 취한 나머지 신문지를 깔고 그 자리에서 소주판을 벌였다. 전직 차관이자 영화제의 수장이 스스럼없이 소주를 따르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최초이자 유일무이했다.

이런 소탈한 모습이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부산영화제 초반 외국 게스트를 유혹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이 밖에도 사진기자의 즉석 제안에 기꺼이 세발자전거에 산타 모자를 쓰고 피프 데일리 표지 사진을 찍은 일화 등은 김 위원장의 소탈함을 상징하는 `전설`로 남게 됐다. 결국 김 위원장의 따뜻하고 소탈한 휴머니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은 신구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영화계가 최소한 부산국제영화제 성공에 있어서만큼은 모두 힘을 합칠 수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④ 우산이 되어 줄 뿐 관여하지 않는다

부산영화제의 모든 조직원이 김 위원장을 따르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외압을 막아주는 우산 역할은 철저히 했지만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그들이 하는 일에 일체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료 출신의 김 위원장은 영화제 초기 정치권과 지역사회 및 심지어 국정원의 외압도 철저히 막아냈다. 영화제가 일부 보수진영에서 `좌빨 영화제`라는 색깔 공격을 받았어도 김 위원장은 굴하지 않고 영화제 프로그램의 자율성을 지켜냈다.

이런 김 위원장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술 세고 청렴하고 온화한 이미지 뒤에는 지략가로서 면모가 숨겨져 있었다”며 “특히 영화제 초반 영화제의 심의를 받지 않기 위해 보여준 지략은 제갈공명과도 같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화제의 핵심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프로그래머들에게 일임했다. 덕분에 `부산에서 만큼은 틀지 못할 영화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는 아시아를 포함한 제3세계 영화인들이 부산을 선호하게 되는 밑바탕이 되며 부산영화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했다.

⑤ 헌신과 아름다운 퇴장

안성기는 “외국 어느 영화제를 가 봐도 집행위원장이 일일이 게스트를 챙기고 술이라도 한잔하려고 애쓰는 경우는 없었다”며 “김 위원장은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부산영화제를 위해 헌신했고 이것이 결국 영화제 성공의 핵심인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영화제 위원장이 된 이후에 자신의 개인적인 일정은 거의 챙기지 않았다. 부인에게도 모닝콜만 해줄 뿐 가장으로서 역할은 포기했다고 말할 만큼 김 위원장은 영화제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또한 부산영화제의 개선과 참고를 위해 해외 각 영화제 관련 자료를 모으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이 자신이 찍은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사실 해외 영화제 참석은 김 위원장에게 `필수사항`은 아니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초청장을 보내주는 영화제라면 거리와 시간, 국가를 가리지 않고 참석했다. 이런 김 위원장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말미암아 부산영화제는 빠른 기간 안에 인지도가 높아졌고 이는 세계 영화인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다. 제60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식 당시 김 위원장이 칸국제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 위원장보다 높은 예우를 받은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아름다운 퇴장`을 보여주며 그의 리더십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종신 위원장이 일반적인 해외 영화제에 비췄을 때 김 위원장의 퇴임 선언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특히 `노욕`으로 점철되는 한국의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의 말년과 비교했을 때 김 위원장은 퇴임은 그 어떤 영화의 해피엔딩보다 박수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회 영화제 이후부터 전용관 건립과 예산 확보만 되면 위원장 자리를 떠나겠다고 공언해왔고 결국 그 약속을 지켰다.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이용관 부집행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추천해 퇴임준비를 해왔다. 자신의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퇴임 이후에 정치권이나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오직 영화계를 위해 여생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제 부산국제영화제는 김동호 위원장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체제로 출항하게 됐다. 영화계에서는 영화제 집행부가 `김동호 리더십`을 얼마나 유지, 발전시키는가의 여부에 따라 향후 영화제의 앞날이 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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