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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이틀롤인 작품을 끝냈다.
△감사하다. 힐링 드라마를 찍은 것도, 좋은 환경에서 첫 타이틀롤 드라마를 만난 것도 영광이다. 무엇보다 시청자 분들의 사랑이 느껴졌다. 무슨 복을 이렇게 받나 싶었다. 과분하게 좋은 작품이 저에게 와줬다.
―어떻게 힐링을 받았나.
△순수한 감정을 연기해야 하니까 정화되더라. 어른 입장에서 사소한 감정이 복주에겐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다가간다. 어느새 복주처럼 순수한 감정을 느끼고 순수하게 생각하게 되더라. 나이가 들면서 겪는 부수적인 감정이 거둬졌다.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스태프들도 그랬다. 뒤로 갈수록 지치지 않고 힘이 난다고 했다. 참 좋은 현장이었다. 누구 하나 모난 사람이 있었으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거다. 서로 많이 아끼고 소중히 여겼다.
―초반 우려도 있었지만 역도선수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족하나.
△부족한 것만 눈에 보인다. 복주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사랑스러웠다. 막둥이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복주는 귀여웠다. 무엇보다 시청자 분들이 진심으로 예뻐해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칭찬과 응원을 많이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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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경은 SBS ‘괜찮아, 사랑이야’(2014)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MBC ‘여왕의 꽃’(2015), tvN ‘치즈인더트랩’(2016), SBS ‘닥터스’(2016) 등에 출연했다. ‘역도요정’까지 실패가 없었다.
△항상 좋은 작품을 만났다. 행운 같은 일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책임감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의욕이나 욕심이 아니라 진짜 할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한다. 매번 진심으로 연기하자고 생각한다. 시청률이나 화제성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지금 연기에 집중하자고 늘 생각한다. 분명 그 에너지가 시청자에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이성경의 외모에 관심이 쏠렸다. 가냘픈 이성경에게 역도선수 역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머리도 바가지 스타일로 자르고, 역도 연습도 열심히 했다. 이성경은 ”가장 중요한 건 연기였다. 외모보다 연기를 잘하는 게 우선이었는데,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작인 SBS ‘닥터스’와 연이어 작품을 하느라 전혀 쉬지 못했다. 평소 잘 먹지 않던 밀가루 음식까지 계속 먹어야 해서 몸이 아프고 힘들었다. 아침부터 햄버거를 먹고 늦은 밤에 삼겹살을 먹었다. 살이 찌니까 연기할 땐 좋았지만,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우울했다. 원래 잘 맞던 옷을 입을 수 없었고, 피부도 나빠졌다. 이러다 돌이킬 수 없는 체질이 되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무섭고 우울했다. 하지만 초반에만 그랬다. 복주에 몰입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언제 이렇게 마음 편하게 먹고 살을 찌우겠나 싶었다. 초반 5kg 정도 쪘는데, 그 뒤로는 아예 수치를 재지 않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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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친구에서 동기,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정준형과의 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다. 정준형 역의 남주혁은 실제 이성경의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실제 첫사랑은 어땠나.
△스물한 살 겨울에 첫 남자친구가 생겼다. 늦은 편이었다. 민망한 상황도 생기고, 상대방에게 조금 실망하기도 하고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나서 그 감정이 사랑이 아닌가 싶더라. 그때 처음 사랑한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해봤다. 복주처럼 순수한 감정이었다. 짝사랑을 깊게 한 적은 없다. 무서워서 무조건 ‘철벽’이었다. 항상 감정을 많이 숨겼다.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역도요정’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얻은 것밖에 없다. 처음엔 역도선수 역할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나에 대한 편견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많은 걸 뚫고 가야하나 싶었다. 연기로 시청자에게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한 상황에서 부수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본이 재미있더라. 그렇게 시작했는데, 사랑을 많이 받았다. 현장에서도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태프로 구성된 ‘복사모’(복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역도요정’ 전에는 역도하는 이성경을 상상할 수 없었다. 다음은 무엇을 상상할 수 있나.
△궁금하다. 백수도 해보고, 고등학생도 해보고, 역도선수도 했다. 나 역시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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