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광이 영화 ‘웅남이’로 상업 영화감독으로 첫 출사표를 던졌다. 심형래와 이경규를 잇는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의 새로운 탄생이다.
박성광 감독은 16일 영화 ‘웅남이’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입봉작 ‘웅남이’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거쳤다는 그는 자신 안의 ‘자격지심’을 극복해내는 과정이 넘기 힘든 가장 큰 산이었다고 털어놨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웅남이’는 곰처럼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웅남이(박성웅 분)가 국제적인 범죄조직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작전 코미디 영화다. 반달가슴곰에서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웅남이’가 타고난 괴력과 신체능력으로 국제범죄조직에 대항해 경찰과 공조 수사를 펼치는 이야기다.
개그맨이 영화감독에 도전한 것은 국내에서 심형래, 이경규에 이어 박성광이 세 번째다. 앞서 영화의 길을 걸었던 심형래, 이경규를 향한 대중의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어떤 장르에 도전하든 ‘개그맨 출신이라 영화도 가벼울 것’이란 편견 섞인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박성광 감독 역시 이같은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그는 “대중에 제 작품이 어떻게 보일지가 너무 걱정스럽고 스트레스”라며 “아직까지는 개그맨이 영화를 만들면 ‘정통이 아니니까’란 인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정통성이 없으니 작품도 가벼울 것이란 편견 말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첫 상업영화로 코미디를 택한 건 개그맨이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이자, 편견을 역으로 십분 활용하겠다는 정면돌파 전략이었다. 박성광 감독은 “처음 다른 장르 대본을 들고 제작사들을 찾아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개그맨이 왜 그런 장르를 하냐’는 대답들이었다”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개그맨이니까’란 편견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겠더라. 개그맨이 잘하는 ‘코미디’로 출사표를 던져보자, 어떻게든 영화 제작을 성사시켜보기 위한 결심이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그만큼 부담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잘하는 코미디니까 예전에 단편 멜로 영화를 연출했을 때보다 자신감은 있다”면서도 “(코미디니까)대중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크다”고 말했다.
대중의 반응이 두렵지만 영화감독이란 오랜 꿈을 이루고 편견에 맞서려면 정면으로 부딪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박성광 감독은 “내가 모든 걸 망쳐서 영화감독의 꿈을 가진 다른 개그맨 후배들이 꿈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상황만 오지 않길 빈다”며 “언론, 인플루언서 분들을 모시고 시사회를 했는데 반응이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더라. 모든 분들을 만족시킬 순 없으니 큰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심정을 전했다.
개그맨 겸 영화감독 선배인 이경규의 응원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박성광 감독은 “이경규 감독님이 촬영장에 오신 적이 있는데 상업영화를 만든다고 말씀드리니 ‘뭐? 하지마!’라고 말씀하시더라”며 “처음엔 사기당한 것 아니냐, 누가 너한테 투자하냐 걱정하시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결국은 꼭 잘 되어야 한다며 응원을 해주셨다. 내가 잘 되지 않으면 그 다음이 업스니 반드시 잘 돼라 힘을 주셨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코미디 대본을 쓰는 것은 개그맨으로 활동할 때도 했던 일이지만, 영화 대본을 쓰고 디렉팅하는 것은 그와는 차원이 달라 어려웠다고도 토로했다. 박성광 감독은 “개그맨 할 때는 내 연기를 내가 대본을 써서 직접 소화하는 거라 누군가를 이해시키는 어려움이 없었다”며 “영화는 나의 생각을 배우들이 이해하고 내 글에 그들이 재미를 느껴야 캐스팅에 응해준다. 그래서 어떻게 내 대본을 이해시켜야 할지가 늘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내가 원하는 디렉팅과 배우들이 하고 싶어하는 연기의 방향성이 달랐던 적도 많다. 이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눠 그 때 그 때 조율했다. 갑자기 대사가 바뀐 적도 많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