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이영표, '허정무호' 대들보 노릇할까?

  • 등록 2008-10-09 오후 2:56:42

    수정 2008-10-09 오후 2:58:07

▲ 이영표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지난 6일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2차전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24명)를 발표하면서 특별히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도르트문트)를 주목했다. “빅리그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포지션에서 제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다른 선수들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박지성과 현 대표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A매치 97회 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베테랑 이영표에게 보내는 이같은 신뢰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영표는 박지성과는 경우가 다소 다르다.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부진을 보인 까닭이다.

이영표는 ‘허정무호’에서도 붙박이 주전으로 꼽혔으나 지난 6월 7일 요르단과의 3차예선 4차전에 선발 출장했다 후반 21분 이정수와 교체 된 이후 대표팀 경기에 나서지 못한 처지다. 6월 14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5차전, 22일 북한과의 최종전에는 아예 결장했고, 북한과의 최종 예선 1차전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물론 허정무 감독은 북한과의 최종예선 1차전 엔트리에서 이영표를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를 “새로운 팀으로 이적이 유력한 점을 감안했다”며 일종의 배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표는 8월 27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로 이적) 그러나 이때 이영표가 제외된 데는 3차 예선 과정을 통해 나타난 부진 또한 빌미가 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영표를 비롯 설기현(풀럼) 등 해외파들은 3월 26일 북한과의 3차 예선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샀고, 요르단, 투르크메니스탄전 등에 대비한 5월 소집때는 첫날부터 컨디션 난조로 우려를 사다 실망감을 키웠다. 요르단과의 4차전을 마친 뒤에는 허정무 감독이 “해외파라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밀릴 수 밖에 없다”며 드러내 놓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였다. 이때 해외파는 이영표와 설기현을 염두에 둔 것이었고, 설기현은 이번에도 결국 엔트리에서 빠졌다.

하지만 9일 소집 훈련에 들어간 허정무 감독이 새삼 이영표의 존재를 강조한 이유는 있다.이제 제 기량을 발휘할 때가 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대표팀 부동의 왼쪽 풀백을 맡아온 이영표의 능력에 관한한 의심하는 이가 거의 없다. 다만 한때 위상이 흔들린 이유는 당시 소속팀인 토트넘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바람에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이 컸다. 이영표는 3월 12일 PSV 아인트호벤과의 유럽축구연맹(UAEF)컵 대회에 출전한 뒤 무려 10경기 연속 결장하며 시즌을 마치던 상황이었다.

상황은 달라졌다. 도르트문트로 둥지를 옮긴 뒤 팀의 주전 풀백 요원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지난 달 27일 슈투트가르트와의 분데스리가 6라운드에서는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허정무 감독이 특별히 기대를 할 만한 셈이다.

이영표 또한 “경기에 계속 출전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다. 이전에는 팀에서 출전을 못하는 형편이었다. 이번에는 기대를 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15일 UAE와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달라진 이영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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