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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기둥’ 손흥민은 1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2022~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3으로 뒤진 후반 32분 추격하는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리그 10호 골이었다. 손흥민은 이 골로 EPL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2015~1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이듬해 2016~17시즌 리그 14골을 기록하며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세계 최고의 무대 EPL에서 이 같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생각한 이는 그때만 해도 아무도 없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의 골 행진은 멈출 줄 몰랐다. 2017~18시즌 12골, 2018~19시즌 12골, 2019~20시즌 11골, 2020~21시즌 17골을 기록했다. 2021~22시즌에는 23골을 몰아쳐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등극했다. 손흥민이 가는 길은 곧 한국 및 아시아 축구의 새 역사였다.
올 시즌 어려움이 많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 도중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다. 수술을 받고 한 달도 안돼 뼈가 완전히 붙지 않은 상황에서 월드컵 무대도 누볐다. 그래도 손흥민은 익숙지 않은 안면보호대를 쓴 채 대한민국 축구의 기적같은 16강 진출을 견인했다.
손흥민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팬들과 현지 언론의 혹평이 쏟아졌지만 자기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던 중 콘테 감독은 구단과 갈등을 빚고 팀을 떠났다. 팀은 혼란에 빠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손흥민에겐 도움이 됐다. 공격에 전념할 환경이 다시 마련된 것.
손흥민은 팀동료 해리 케인과 함께 사실상 투톱으로 나섰다. 토트넘은 스피드가 좋은 손흥민을 다시 팀 역습의 중심으로 활용했다. 장점이 살아난 손흥민은 골을 몰아치기 시작했고 기어코 두 자릿수 득점을 채웠다.
EPL에서 최다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웨인 루니(현 DC유나이티드 감독)가 보유하고 있다. 무려 11시즌 연속 10골 이상 터뜨렸다. 현 첼시 감독인 프랭크 램퍼드(당시 첼시)는 10시즌, 세르히오 아게로(당시 맨체스터 시티·이상 은퇴)는 9시즌 기록을 세웠다. 손흥민의 단짝인 케인(토트넘)도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통산 리그 득점도 103골로 늘렸다. 어린 시절 롤모델이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의 EPL 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기록 달성에도 손흥민은 웃지 못했다. 토트넘은 이날 리버풀과 7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지만 3-4로 패했다. 0-3으로 뒤지다가 손흥민의 추격골을 포함해 극적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히샤를리송의 동점골까지 어시스트했다. 승리가 눈앞에 있었지만 토트넘은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허용하며 고개 숙였다. 손흥민의 대활약은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팀은 졌지만 경기 후 손흥민을 향한 현지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케인 등과 더불어 팀 내 최고 평점인 8점을 줬다. ‘90min’도 손흥민에게 케인과 같은 평점 8을 주면서 “늦은 시간 득점으로 노력을 보상받았다”고 평가했다.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며 마침내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일궈낸 손흥민은 이제 ‘3시즌 연속 EPL 득점 랭킹 톱10’까지 노린다.
손흥민은 전반기 16경기 동안 한 차례 해트트릭(3골)에도 불구, 4골 2도움에 그쳤다. 후반기에는 득점 감각이 살아나면서 16경기에선 6골 3도움을 작성했다. 최근 5경기에선 멀티골(2골) 포함, 4골 1도움으로 펄펄 날고 있다. 어느덧 리그 득점 순위도 공동 14위까지 끌어올렸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4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부상을 피하고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득점 랭킹 톱10도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