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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에 있어 중동은 아직 본격적으로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다.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문화를 가진 지역으로 인식되지만 그렇다고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돌아온 가요 관계자들은 오히려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했다.
K팝이 중동의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그해 12월 그룹 인피니트가 첫 번째 월드투어 ‘원 그레이트 스텝’의 마무리를 UAE 두바이 공연으로 맺었다. 당시 3000여 관객들이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이후 엠블랙에 이어 지난해 틴탑이 두바이, 제국의 아이들은 UAE의 아부다비에서 각각 공연을 했다.
틴탑 소속사 티오피미디어 측은 “한국관광공사 주최의 공연에 단독으로 무대에 섰는데 관객들이 공연장을 꽉 채웠고 반응도 뜨거웠다.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한국에서와 똑같은 응원구호를 외쳤다”며 “아랍 지역은 보수적인 느낌이 강해 공연장에서도 그럴 줄 알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K팝은 화려한 의상과 현란한 퍼포먼스, 신나는 비트를 갖췄다. 고풍스럽고 3분 이내로 짧은 중동 특유의 음악들을 접해온 중동 젊은이에게 K팝은 콜래보레이션의 절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중동 국가들은 산유국들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중동 한 부호가 파티에 수억원을 주고 K팝 스타를 불러 공연을 시킨다는 얘기가 떠돌기도 했다. 제국의 아이들 공연의 경우 관객들의 주류는 왕족과 고위층 자제들이었다고 소속사 스타제국 측은 전했다. 박기윤 대표는 “K팝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직 신세대들로 국한돼 있다”며 “부유한 국가들이라고 해서 당장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티켓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거나 하면 호응을 얻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때문에 초기 투자와 정책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두바이에서도 공연장은 3000석 규모가 최대다. 공연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에서 먼저 중동 공연에 투자를 하고 저변이 확대돼야 현지에서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과 문화가 다르다는 것도 현지 공연에 나서는 아티스트, 기획사들이 꼭 알아야 할 점이다. 미혼 여성은 아버지, 기혼 여성은 남편이 허락하지 않으면 얼굴을 드러내고 외출을 할 수 없는 지역이 중동이다. 그 만큼 금기가 많다. 박기윤 대표는 “현지 여성 팬들이 사진을 함께 찍어달라고 해서 남자 그룹 멤버들이 그들의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하는 것도 절대 안되는 행동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