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사면’에 침묵했던 이영표-이동국에 조원희도, 협회 떠난다

대한축구협회의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날치기 사면’ 논란 속에 이영표, 이동국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사과와 함께 직책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협회는 지날달 28일 2차 이사회를 통해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 사면 결정을 발표했다. 2011년 프로축구 승부 조작에 연루됐던 48명을 포함해 각종 비위 행위를 저지른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었다.

우루과이전 시작 한 시간여를 앞두고 벌어진 기습 사면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날치기 사면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월드컵의 성과가 비위 행위자의 사면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또 승부 조작이라는 타이틀만 내세웠을 뿐 나머지 52명의 사면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언론, 팬의 반발이 거세지자 협회도 물러섰다. 임시 이사회를 열어 사흘 만에 사면 결정을 철회했다. 정몽규 회장은 “결과적으로 사려 깊지 못한 판단”이었다며 “축구 팬,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사면 결정은 철회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협회의 결정에 반대 의사가 없었던 이영표, 이동국 부회장과 조원희 위원장에게도 많은 비판이 향했다. 특히 경기인 출신이었기에 승부조작이 포함된 사면을 용인했다는 충격이 컸다.

결국 세 사람은 동시에 사과문과 사퇴의 말을 전했다. 먼저 이영표 부회장은 3일 늦은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협회의 징계 사면 관련 이사회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부회장직에서 물러난다”며 “좋은 행정은 충분한 반대 의견과 다수 목소리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협회 일원으로 축구 팬의 모든 질책을 무거운 마음으로 통감한다”며 “부회장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동국 부회장도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 동료, 선·후배 그리고 관계자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2월 부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며 “업무를 배우고 파악하는 시기에 내부적으로 상당히 진행된 안건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기인 출신으로서의 경험을 자신 있게 말씀드려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퇴 의사를 함께 전했다.

조원희 위원장 역시 “사회공헌위원장 역할을 수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해 죄송하다”며 “당시 이사회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이번 일에 부끄럽고 부족한 제 모습에 스스로 큰 실망을 했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역량의 부족함을 느껴 사회공헌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원희는 “다시 한 번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