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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김고은의 대살굿 칼춤 디테일을 시작으로, ‘파묘’의 구조까지 관통한 음양오행 개념, 최민식이 던진 동전의 의미, 무심코 지나친 단역 배우들의 비화까지. N차 관람할 수밖에 없는 ‘파묘’ 속 디테일들을 짚어봤다. 최대한 자제했으나 그럼에도 영화를 아직 안 봤거나, N차 관람하기 전이라면 스포일러처럼 비춰질 수 있는 대목들이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김고은, 대살굿 칼춤의 이미
극 중 무속인 화림(김고은 분)이 묘 이장에 앞서 펼치는 5분 가량의 대살굿 시퀀스는 영화 ‘파묘’의 초중반 몰입도를 높인 대표적 명장면으로 꼽힌다. 화림은 본격 굿판이 시작되기 전 춤을 추듯 몸을 풀며 손에 든 칼로 자신의 얼굴과 목을 긋는다. 토를 쏟아내듯 경문을 외며 뜨겁게 타오르는 숯불에 손을 넣는다. 손에 묻은 숯검댕을 자신의 얼굴에 펴바르고 굿판의 물이 올랐을 때 동물의 피를 마신다.
대살굿은 동물을 대신 죽여 신에게 바치는 굿거리의 일종으로 황해도 지방에서 유래한 전통굿이다. ‘파묘’를 통해 무속신앙의 피날레를 터뜨리고 싶었다던 장재현 감독은 비주얼적 멋을 위한 군더더기 없이 굿 장면 하나에도 정확한 목적과 쓰임새를 녹였다. 장재현 감독은 “대살굿의 퍼포먼스 자체는 공격적으로 보이나 사실 묘 이장으로 산소탈이 날 수 있는 인부들을 보호해주는 장치”라며 “무속인들이 칼로 몸을 긋는 건 멋 때문이 아니다. 칼에 몸을 그어 상처가 나는지를 확임함으로써 자신의 몸에 신이 들어왔는지를 확인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숯불에 손을 넣는 것도 마찬가지다. 몸에 칼을 그어 상처가 나지 않고, 숯불에 손을 넣어도 타지 않는 것을 통해 ‘내 몸에 신이 들어온 게 맞으니 안전히 일 해’라고 알려주는 절차다. 동물의 피를 마시는 건 자신의 몸에 들어와 일하는 신께 밥을 드리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행동이다.
김고은은 경문을 외고, 굿을 하는 화림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실제 만신들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주요 장면들을 교육받았다.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만신과 똑같이 무속인으로 활동 중인 그의 며느리에게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고부가 무당으로 활약 중인 고춘자 만신과 그의 며느리인 무속인 이다영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고은의 주요 굿 자세를 코칭해준 건 며느리 무속인인 이다영 씨로 알려졌다. 시어머니인 고춘자 만신은 극 중 화림의 할머니 역으로 ‘파묘’에 깜짝 등장해 존재감을 빛낸다. 장재현 감독은 김고은의 할머니 역에 전문 배우 대신 고춘자 만신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화림 할머니 역의 캐스팅이 계속 고민이었다. 이미지에 맞는 배우를 찾기 어렵더라”며 “대사가 짧지만 그 안에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필요해서 고민하던 중, 고춘자 선생님의 이미지나 목소리가 어울릴 것 같더라. 여러모로 감사해서 영화에 따로 등장시켜드리고 싶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며느리 무속인 이다영 씨 역시 대살굿 장면에 아주 잠깐 얼굴을 비춰 반가움을 자아낸다.
6장 구조인 이유
우리나라 전통 무속신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음양오행이다.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을 내세워 조화와 통일을 강조한 동아시아의 학설이다. 천지 만물을 만들어내는 상반된 성질을 음과 양 두 가지 기운으로 표현하고,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 다섯가지 기준으로 우주 만물의 변화를 설명한다. 다섯가지 요소들의 상생이나 상극 관계를 통해 세상사를 이야기한다. 무속신앙은 물론, 풍수지리에서도 주되게 적용되는 이론이다. ‘파묘’에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이 다른 인물들과 함께 ‘험한 것’에 맞서는 과정에도 이 이론이 주효하게 등장한다.
장재현 감독이 ‘파묘’의 주인공을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 무속인 화림과 봉길(이도현 분) 네 명으로 내세운 이유에도 ‘음양오행’이 연관돼있다. 장재현 감독은 “주인공들의 역할 및 관계도 음양오행에 따라 균형감있고 조화롭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화림과 봉길 두 무속인이 음양이고, 상덕과 영근 풍수사와 장의사가 오행에 해당한다”고 귀띔했다.
100원짜리 동전
‘파묘’에선 상덕이 험한 기운의 묫자리를 정리한 뒤 그 자리에 100원 짜리 동전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행위 역시 의미는 있다. 묫자리가 나쁜 곳일수록 탈을 입지 않기 위해 자리를 정리한 후 묫자리 값으로 동전을 던지는 관행이 실제로도 있다고. 다만 보통은 10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편인데, 장재현 감독은 10원 동전의 색이 흙색과 겹쳐 잘 보이지 않을 것을 우려해 이를 100원짜리 동전으로 바꿔 적용했다고 전했다. 100원의 뒷면에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가 새겨져 있고, 최민식이 앞서 ‘명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해 ‘파묘’를 항일 코드를 지닌 영화라고 분석하는 반응들도 많다. 다만 여기까지 장재현 감독이 의도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