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싸웠을 땐 경기력 좋았나’, 역대급 선수단 탓하는 클린스만의 비겁함

클린스만, 아시안컵 탈락 원인으로 선수단 불화 꼽아
유일한 장점이었던 선수단 관리마저도 낙제점
여기에 전술 부재 인정하지 않으며 동행 어려워져
협회, 16일 오전 10시 비공개 임원 회의 개최
  • 등록 2024-02-16 오전 9:17:05

    수정 2024-02-16 오전 9:17:05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과 차두리 코치는 낙담한 선수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열린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 불화가 있었고 그 부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보면 4강전 패배 이전까지는 유려하고 우승 후보다운 축구를 펼친 줄 알 것 같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우승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선수단 불화를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했다. 미국에 있는 클린스만 감독과 소속팀 전지훈련 중인 몇몇 감독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참가 결과 보고 등이 다뤄졌으나 주된 주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였다.

지난해 2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1차 목표로 내세웠다. 대회를 준비하며 한 수 아래 팀을 상대로 연승했으나 경기력엔 의문이 붙었다. 이외에도 재택근무 논란, 대표팀 명단 발표 간소화 등 제 입 맛에 맞게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계속해서 우승을 외치며 자신감을 보였다. 뚜껑이 열리자 말뿐이라는 게 드러났다. 여전히 하고자 하는 축구를 알 수 없었고 전술은 무색무취했다.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해 꾸역꾸역 생존하며 ‘해줘 축구’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결국 한계를 맞았고 요르단과의 4강에서 유효 슈팅 0회라는 굴욕 속에 탈락했다.

“아시안컵 결과로 평가받겠다”라고 호언장담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태도를 바꿨다. 그는 요르단전 직후 “한국으로 돌아가서 이번 대회를 분석하고 협회와 논의하고자 한다”라며 “2년 반 동안 북중미 월드컵을 목표로 팀이 더 발전해야 한다”라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의 유일한 장점으로 여겨지던 선수단 관리도 무참히 박살 났다. 요르단과의 4강전을 하루 앞두고 선수단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알고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전술도 없는데 장점도 없어졌다.

황보관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손흥민이 연장 전반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도 기쁨에 겨워 점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력강화위원회 후 브리핑에 나선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부재,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의지, 선수단 관리, 근무 형태 등을 언급하며 “여러 가지 이유로 더는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어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전반적인 의견이 모아졌다”라고 경질 결론을 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4강전 패배 원인으로 선수단 불화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보 기술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단 중 불화가 있었고 그 부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라며 “선수단 핑계라기 보다는 그것 때문에 경기력이 안 좋았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의 항변은 합리성이 떨어진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호는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단 한 팀도 압도하지 못했다. 정규시간 90분 이내 승리는 6경기 중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130위였던 말레이시아에 3골이나 내주며 힘겹게 비겼다. 두 차례 만난 요르단에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외에도 공격과 수비에선 세밀함이 떨어졌고 중원 장악력에서도 부족함을 드러내는 게 반복됐다. 불화설이 있든 없든 클린스만호의 경기력은 낙제점이었다.

무엇보다 클린스만 감독은 개선 의지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황보 기술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적인 문제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과의 동행이 이어지면 무색무취한 스타일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황금 세대를 보유하고도 선수단 탓을 했기에 ‘해줘 축구’도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협회는 16일 오전 10시 비공개 임원 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결정권을 지닌 정몽규 회장까지 참석하기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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