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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를 앞두고 쇼트프로그램(90.45점), 프리스케이팅(185.29점), 총점(272.71점) 등 여자 싱글 세계 기록을 보유한 발리예바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검사 결과는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인 지난 8일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에 전달됐다.
이후 RUSADA는 발리예바의 자격 일시정지를 결정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반발하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CAS는 발리예바가 만 16세 이하 보호선수에 해당한다는 점 등으로 IOC의 이의를 기각했다.
이날 카밀라 발리예바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가 시작되자 국내 지상파 해설위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이들은 발리예바가 출전하자 연기를 펼친 약 3분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KBS와 SBS 해설진은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나고 주요 장면이 재생될 때에서야 점프 실수 등에 대해서만 간략히 해설했고 MBC 해설진은 경기 중 대체로 침묵을 지키면서 기술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발리예바 연기가 끝난 직후 “출전이 강행된 연기에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며 시청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많은 것들을 책임지려면 출전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화나는 부분은 이 선수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초롱 MBC 캐스터는 “도핑을 한 선수와 경쟁한다는 것이 공정할 순 없다”고 비판했고 김해진 해설위원도 “선수 본인도 자신이 만든 도핑이라는 감옥 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발리예바는 지난 15일 공개된 러시아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여자 싱글 경기에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눈물을 보이면서도 발리예바는 “올림픽은 극복해야 할 무대인 것 같다. 러시아를 대표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발리예바 측이 청문회에서 “협심증 치료제가 검출된 것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심장약을 복용하는 할아버지와 같은 잔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체내에 잘못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