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아’ 허집사 양혜진 “10년 경력단절…꿈같은 복귀”(인터뷰)

  • 등록 2019-01-19 오전 7:00:10

    수정 2019-01-19 오전 8:06:00

양혜진(사진=본인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은발 헤어, 염색하지 않은 제 머리카락이에요. 다들 TV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데 진짜 제 머리 맞습니다. (웃음) 극중 역할은 나이가 지긋한데 다들 까만 머리잖아요. 전 있는 그대로였으면 했어요.”

TV 속 여성은 ‘젊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흰 새치머리를 그대로 드러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장관’이란 위치가 주는 힘이 있지만 여성 연예인은 또 다르다. 드라마 속 엄마나 할머니 역을 맡더라도 까맣게 염색을 한다. 그런 선입견을 보기 좋게 날려 버린 이가 있다. KBS1 일일극 ‘비켜라 운명아’(극본 박계형·연출 곽기원)의 허집사 역을 맡은 양혜진(50)이다.

허집사는 극중 주요 무대인 안회장(남일우 분)네 대소사를 도맡는다. 일 처리가 확실하고 카리스마 넘치지만 속정도 깊다. 분량은 적지만, 캐릭터에 대한 호감과 은발 헤어가 주는 독특함이 애청자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는 “시청자의 응원 댓글에 울고 웃는다”며 수줍어했다.

양혜진은 1991년 KBS 공채 탤런트 14기로 데뷔했다. 이병헌, 손현주, 김정난 등이 동기다. 음료와 의류 등 광고 모델로 꾸준히 활동했지만, 연기의 기회는 바늘구멍이었다. “버티는 사람이 남는다”는 생각으로 KBS2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5년 동안 출연했다. 연기의 즐거움이 컸지만 고충도 있었다. 그렇게 10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업계를 떠났다. 노력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자책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 ‘사랑과 전쟁’을 함께 했던 곽기원 PD를 우연히 만났다. 양혜진은 “곽 PD의 눈빛이 평소와 달랐다. 대뜸 ‘대사는 적지만 딱 어울리는 역이 하나 있다’고 말을 꺼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마음 한 켠 남아 있던 꿈을 향한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른 순간이었다.

양혜진(사진=본인 제공)
“좋으면서도 떨렸어요. 긴장감에 일부러 체중 감량을 한 것도 아닌데 3kg이 빠졌죠. 촬영 전날 잠이 안 왔어요. 10년 만이잖아요. 밤 12시에 동기에게 전화를 걸어 연기 지도를 받았어요.”

10년 동안 놓은 연기 외에도 걱정은 하나 더 있었다. 새치였다. 30대부터 일찌감치 생겨난 새치는 한때 스트레스였지만, 이젠 그를 설명해주는 ‘무엇’이 됐다. 은발 헤어 덕분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생겼다. 곽 PD도 이 점을 주목했다. 그럼에도 행여 시청자가 거부감을 보일까 우려도 됐다. “오히려 시청자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놀랐다. 세상이 변했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문득 “그땐 그렇게 마음대로 안 풀렸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다 때라는 게 있나보다. 경력이 단절됐거나 여전히 꿈꾸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 ‘나이와 상관없이 날개를 펴보자’고 힘을 모으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가족들의 응원도 뜨겁다. 남편도, 자녀들도 “살림만 하던 엄마가 TV에 나온다”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꾸준히 연기하고 싶어요. 중장년 여자 배우는 꼭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반환점을 앞둔 ‘비켜라 운명아’도, 허집사도 계속 지켜봐 주세요!”

양혜진(사진=본인 제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