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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호랭이(본명 이호양)의 음악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 10여년간 K팝신에 몸 담으며 포미닛, 티아라, 에이핑크, EXID, 모모랜드 등 인기 그룹들의 히트곡을 써낸 그는 K팝신 대표 음악 프로듀서 반열에 오른 지금도 감을 잃지 않기 위한 담금질과 멈춤 없는 성장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K팝 글로벌화에 따른 변화의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는 그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한 작업실. 바로 그 작업실에서 만난 신사동호랭이는 외부 작업을 고사한 채 자신이 제작을 맡아 지난해 데뷔시킨 신예 걸그룹 트라이비(TRI.BE·송선, 켈리, 진하, 현빈, 지아, 소은, 미레)의 음악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는 근황과 K팝신의 흐름을 지켜보며 느낀 생각에 대해 밝혔다.
-트라이비에 ‘올인’하고 있는 것 같다. 외부 작업은 안 하고 있는 건가.
△트라이비를 만들기 시작할 때 이 팀으로 가시적 성과을 내기 전까지 다른 팀의 음악 작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원래 스타일 자체가 멀티플레이를 잘 못하는 편이다. 한창 EXID에 집중할 때도 외부 작업은 에이핑크 정도만 했었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두 팀의 결이 아예 달랐기 때문이었다. 아, 외부 음악 작업은 아니지만 최근 EXID 친구들을 돕는 일을 병행해오긴 했다.
-EXID에겐 어떤 도움을 줬나.
△일본 공연 계약 건이 남아있는데 EXID 소속사였던 바나나컬쳐가 해산해서 이 친구들을 케어해줄 곳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제가 일정 조율, 안무 연습실 제공, 스태프 구성 등을 도왔다. EXID가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할 신곡도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 제작을 서포트했다. 오랜만에 EXID 멤버들과 함께하니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즐겁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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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 제가 만든 노래에 ‘신사동 호랭이 한 물 갔네’라는 댓글이 달리곤 했다. 그땐 그런 댓글을 보면 오기가 생기는 데에서 끝났다면 요즘은 ‘내가 정말 한 물갔나? 하는 물음이 생기긴 한다. 동시에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남들이 놀고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일찍 작업실에 나와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예전에 비해 2, 3배 더 열심히 공부하며 음악하고 있다. 예전엔 즐겨 찾기에 쇼핑몰 링크가 많았는데 지금은 다 음악 관련 페이지들이다. (미소).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요즘 음악 프로듀서신이 흐름은 어떤가.
△시장이 많이 변했다. 작곡가라는 표현을 쓰는 게 올드해졌을 정도다. 공동 작업이 대세가 되다 보니 한 명의 작곡가가 모든 걸 다 해내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한 곡에 인스트루멘탈을 만든 트랙메이커가 따로 있고, 그 위에 맬로디를 붙인 탑 라이너 따로 있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 거다. 세분화된 공동 작업 방식으로 곡이 만들어지다 보니 소위 말하는 히트메이커라는 표현 자체도 애매해졌다.
-흐름이 그렇게 바뀐 이유는 뭐라고 보나.
-흐름의 변화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편인가.
△전 이게 맞다고 본다. 또 원래 전 예전부터 공동작업을 많이 해왔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흐름의 변화에 잘 대처하고 있단 생각도 든다. 사실 음악을 업으로 삼은 이들 중 히트메이커가 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공동작업 방식이 활성화되면 히트메이커가 아닌 이들에게도 많은 참여 기회가 열리는 것이기에 그런 구조가 정착되면 음악 시장이 더 건강해지고 탄탄해질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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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다. 일단 뛰어난 실력을 지닌 신인 작곡가를 발굴하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신인 작곡가들과 작곡가를 찾는 기획사나 아티스트를 연결해 주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들과의 교류가 저의 역량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목표는 역시 트라이비의 성공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동안 제가 제작한 팀들이 다 잘됐다. 대표적으로 EXID가 잘 됐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혁오와 잔나비 1집도 제가 제작했다. 그들이 잘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체성을 함부로 헤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트라이비 멤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