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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관중석 난입으로 빚어진 안정환(수원 삼성) 사태와 관련, 가장 많이 거론된 외국 사례는 ‘에릭 칸토나의 쿵푸 킥’ 사건이다.
지난 1995년 1월2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에릭 칸토나(프랑스)가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에서 퇴장당하고 나오다 욕설을 하는 상대팀 팬인 매튜 시몬스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린 일이다. 당시 장면을 생생하게 잡은 외신 사진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축구 종가의 그라운드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으로 회자됐다.
지난 10일 FC 서울과의 2군 리그 경기 도중 상대 서포터스의 심한 야유를 견디지 못하고 관중석으로 뛰어 든 안정환 사태는 K리그에서 처음 일어난 일로 칸토나 케이스와 비교될 만 했다. 물론 팬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칸토나와 항의하는 수준이었던 안정환의 경우는 정도에서 큰 차이는 있지만 ‘그라운드 일탈 사태’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칸토나는 2주 징역형(추후 120시간 사회봉사 활동으로 감형)과 8개월간 리그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안정환은 지난 12일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벌금 1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벌금 1000만원은 K리그 징계사상 벌금 액수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스타와 팬의 충돌, 이어진 중징계 등 두 사건은 성격상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안정환과 칸토나 사건 사이에는 다른 점도 많다.
반면 안정환에 대해선 여론이 나쁘지만은 않다. 이유야 어떠하든 선수가 관중석에 뛰어들어 팬과 마찰을 빚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안정환이 오죽했으면’하는, 그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이 많다. 오히려 안정환을 자극한 FC 서울의 극성스러운 서포터스에게 더 많은 질타가 가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가족 이야기를 담은 야유’가 나왔다는 설은 선수보다 서포터스에 대한 비난을 키웠다. 지나치다는 것이다.
물론 칸토나처럼 안정환도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켰다면 이야기가 틀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를 그렇게 되도록 촉발한 야유의 내용이 더 문제가 되고 있고, 응원문화에 대한 자성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 사례를 비춰 ‘그 정도 야유는 다반사고 선수는 이를 이겨내야 한다’는 논리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의 정서다.
안정환과 칸토나가 또 다른 점은 사건을 일으켰을 당시 그들의 처지다. 칸토나는 퍼거슨 사단의 리더로서 맨유의 2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우승(93년, 94년)과 FA컵 우승(94년)을 이끌며 맨유의 젊은 선수들로부터 마치 신과 같은 존재로 떠받들어 지던 시절 ‘사고’를 쳤다.
하지만 요즘의 안정환은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왕년의 스타일뿐이다. 외국 클럽을 전전하다 7개월여의 공백을 가진 뒤 올 시즌 K리그에 복귀했지만 그는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 최근에는 1군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는 신세다. 사건도 2군 리그 경기에서 일어났다. 안정환에게 동정적인 여론도 2002년 월드컵에서 화려한 골 세리머리를 펼치던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수모를 당했다는데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안정환은 이번 사태에 연연하다보면 자칫 선수 생명조차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12일 상벌위원회에 출석한 그의 초췌하고 침통한 모습을 생각하면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힘들면 부활한 칸토나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이 퍼거슨 감독과 같은 신뢰를 보내는 게 우선이겠지만 안정환은 환경이라는 든든한 원군이 있다. 여론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아직 그가 스러지기를 원치 않는 팬들의 사랑이 그것이다. 팬들은 영웅이 없는 시대에 한때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던 축구 영웅이 맥없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칸토나처럼 멋지게 부활하는 것이 팬들에게 보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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