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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종영한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박해준 분)의 친구이지만 지선우(김희애 분)를 남몰래 흠모하는 고예림(박선영 분)의 남편이자 바람둥이 회계사 손제혁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이 드라마는 사랑이라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한 여자와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이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로, 비지상파 드라마 최초 28.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란 역대급 시청률 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렸다.
2001년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데뷔해 20년째 연기 인생을 걷고 있는 김영민은 2018년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만나기 전까지 주로 연극무대와 스크린에서 활약해 대중들에게는 생소했던 배우였다. 영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2013)와 ‘협녀, 칼의 기억’(2015), ‘대립군’(2017) 등에 출연해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온 그는 연극 ‘돈키호테’(2010)와 ‘혈우’(2017) 등 무대와 스크린을 활발히 오갔다. 안방극장에서는 MBC ‘천하일색 박정금’과 ‘베토벤 바이러스’(2008)로 시청자들을 처음 만난 뒤 10여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2018년 ‘나의 아저씨’를 시작으로 MBC ‘숨바꼭질’, OCN ‘구해줘’를 거치며 쉼 없는 연기를 펼쳤다. 그러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최근 막을 내린 JTBC ‘부부의 세계’까지 그가 올해 출연한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자 대중들은 신스틸러로서 그의 진가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순박한 모습으로 사랑 받던 귀때기 북한군이 ‘부부의 세계’의 바람둥이 회계사라니. 전작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던 김영민의 완벽한 연기 변신은 시청자들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김영민은 올해 전성기를 맞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거의 모든 배우들이 그럴 것이지만, 저 역시 시청률을 염두에 두며 작품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막상 시청률이 잘 나오고 반응이 좋으니 기분이 좋더라”라며 “‘사랑의 불시착’ 촬영장이 마침 ‘부부의 세계’랑 촬영장이 겹치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잘 되니 너무 기뻤다. 대한민국에서 아마 내가 제일 운이 좋은 배우가 아닌가 싶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중하고 차분히 감독님과 스탭분들이 이끌어주신 덕”이라며 “그래서 저까지 덩달하 차분한 마음을 지니려 노력했다. 드라마가 잘 되고 나서는 오히려 어깨에 힘이 들어갈까봐 저를 더 채찍질하게 됐다. 시청률 때문에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작품을 잘 만들고자 모두가 애썼던게 결과물로 나온 것뿐이다. 제가 좋은 팀을 만난 덕분이지 제가 잘나서 그런 결과가 주어진 게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하는 편”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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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은 “‘라디오스타’ 녹화 전 날 술을 먹어 더 그런 것도 있기는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제 성격 면모 중 하나”라며 “‘나의 아저씨’ 때 함께 호흡한 배우 이선균은 제가 술 먹고 노래를 할 때면 ‘애기동자가 들어앉아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장 기분이 좋았던 시청자들의 반응을 묻자 “캐릭터가 다 다른데 연기할 때마다 다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동일 인물 같지 않고 전작 캐릭터의 느낌도 들지 않는다는 칭찬이 가장 듣기 좋았고 감사했다”고 답했다.
실제 인생에서 손제혁과 비슷한 사랑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질문에는 ‘첫사랑과 결혼했다’는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다. 김영민은 “첫사랑과 결혼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웃음)”이라면서도 “사실 친구들 주변 남자들 사이에 그런 일들이 많이 있어서 간접적으로 들은 기억들이 있긴 하다. 그 속에서의 저는 저조차도 못난 인간인 주제에 그 친구들에게 ‘야 너 그렇게 살면 안된다’며 어쭙잖은 충고를 던지곤 했다. 지나고 나서야 모두가 깨닫는다, ‘있을 때 잘해라’란 말을”이라고 회상하며 재치있게 응수했다.
실제 남편으로서 자신의 모습도 털어놨다. 김영민은 “보통 남편과 비슷하다”며 “주눅 들어있고 리모콘 주도권도 아내에게 있다(웃음). 참고로 저희는 아이가 없는 딩크족 부부다. 그래서 친구처럼 티격태격 살아아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부의 세계’를 촬영하면서 저 역시 아내를 섬세히 배려했어야 하는데 후회와 경각심, 배움의 마음이 생겼다. 많은 걸 심어줬던 작품”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작품으로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지만, 그럼에도 다음에 또 바람둥이 역할이 찾아온다면 특별히 거절할 생각은 없다고도 전했다.
김영민은 “어떤 역할을 꼭 해야겠다, 어떤 캐릭터를 꼭 맡아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크게 없다”며 “내가 맡은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작품을 먼저 보는 편이다. 작품 속에서 그 캐릭터가 보일 때가 가장 멋있는 것 같다. 내 캐릭터 욕심에 작품을 희생하고 싶지 않으니 좋은 작품을 만난다면 또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소신을 털어놨다.
“저를 많이 알아봐주시는 건 그만큼 지켜봐주신다는 의미니까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대중들과 함께 소통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만으로 큰 행복이니 잘 유지하고 싶네요. 너무 들뜨진 말아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