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앨리스(제시카 차스테인 분)와 셀린(앤 해서웨이 분)은 동갑내기 아들을 키우며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셀린의 아들 맥스가 2층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유일한 목격자였던 앨리스는 자신이 사고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셀린은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져 일방적으로 앨리스를 멀리한다. 얼마 후 셀린은 다시 다정한 이웃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이후 앨리스의 집과 가족에게 수상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앨리스는 이 모든 것이 셀린의 복수라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영화 ‘마더스’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앨리스가 절친한 이웃 셀린의 아이에게서 벌어진 불행한 사고를 목격한 뒤 수상한 일들에 휘말리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앞서 2018년 개봉한 벨기에 영화 ‘마더스 인스팅트’를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작품. 이보다 먼저 바바라 아벨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증오의 배후’가 두 작품의 원작이다.
앞서 제작된 ‘마더스 인스팅트’는 제10회 마그리트 어워드 작품상 등 9관왕을 비롯해 제43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4회 시카고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세계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런 점에서 이를 리메이크한 ‘마더스’는 원작의 매력과 앞서 제작된 벨기에 영화의 호평은 물론, 개봉 전부터 할리우드에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앤 해서웨이와 제시카 차스테인을 나란히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앤 해서웨이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제시카 차스테인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스카의 선택을 받은 두 배우의 감정선과 긴장감 어린 전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연기 대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마더스’를 감상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들을 한 작품,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영화 팬들에게는 흔치 않은 볼거리가 될 것이다. 벨기에 영화와 ‘마더스’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마더스’는 두 주인공 앨리스와 셀린의 감정선과 관계,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극의 긴장을 이끌어간다. 주인공들의 연기 역량에 많은 부분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각자 다른 모성을 지녔지만, 동갑내기 자식을 기르는 부모로서 공감대를 지녔던 두 여성의 모습을 조명한다. 사고를 목격했지만 셀린의 아들 맥스를 구해내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 앨리스와, 그런 앨리스를 원망하는 셀린이 시간이 흘러 다시 절친한 이웃으로 회복되면서도 서로를 향한 의심을 지우지 못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앨리스 가족에게 벌어진 수상하고 기이한 일들이 진짜 셀린의 복수심으로 발생한 것인지, 단지 죄책감에서 비롯한 앨리스의 편집증적 증상에서 비롯한 것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모호함이 관객들에게까지 두려움을 유발한다.
앤 해서웨이와 제시카 차스테인이 한 작품에서 만난 건 영화 ‘인터스텔라’와 ‘아마겟돈 타임’ 이후 세 번째다. 두 사람이 주연은 물론 동반 제작자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시사회 및 개봉 이후 앤 해서웨이와 제시카 차스테인의 폭발적 열연과 두 사람의 스타일링, 패션 등을 통한 캐릭터 구축에 이의를 제기하는 반응은 없는 듯하다. 다만 이를 구성하는 연출과 철저히 두 캐릭터 위주로만 구성된 서사로 인해 동반되는 스토리 구조의 평이함은 아쉽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4월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9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