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뷰 히트 MV 쏟아져도…감독 추가 수입은 '0원'

[K팝 MV 업계 현실]①
K팝 글로벌화 선봉장·코로나19 이후 새 부흥기
연 2700여편 제작·억대뷰 돌파 MV 총 270여편
제작비 규모·감독 연출력 모두 세계 최고 수준
MV 감독 및 제작사 처우 개선은 제자리걸음
"러닝 개런티 등 창작 욕구 높일 제도 도입해야"
  • 등록 2023-01-09 오전 6:50:00

    수정 2023-01-09 오전 6:50:00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A가수의 인기곡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최근 5억건을 넘어섰다. A가수의 소속사는 해당 뮤직비디오로 유튜브에서 5억원가량의 광고 수익을 냈고, 계약 관계에 따라 음반 유통사, A가수와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눠 가졌다.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감독과 제작사는 기획사로부터 단 한 푼의 돈도 추가로 받지 못했다. 뮤직비디오 업계에는 러닝개런티와 같은 인센티브 제도가 존재하지 않아서다.

K팝 뮤직비디오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정작 히트 콘텐츠를 만들어낸 뮤직비디오 감독과 제작사가 그에 따른 수혜를 얻지 못하는 구조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가요계에 따르면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상에서 억대뷰를 돌파하는 히트작으로 거듭나더라도 감독과 제작사에 돌아가는 추가적인 금전적 보상은 없으며 작품에 대한 저작 권리 또한 행사하지 못한다. 유튜브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의 경우 기획사와 음반 유통사가 나눠 가지는 구조다. 계약 관계에 따라 일부 기획사는 해당 수입의 일부를 아티스트에게 분배하기도 한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써클차트 등록 MV 편수. 사진은 방탄소년단 ‘아이돌’(왼쪽)과 블랙핑크 ‘하우 유 라이크 댓’ MV 10억뷰 돌파 축전 이미지. (디자인=이미나 기자)
유튜브 광고 수익 1억원 나와도 MV 감독·제작사는 ‘0’

통상 1억뷰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광고 수익은 최소 1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상 시청자 국가 비율에 따라 세세한 금액이 다른데 아무리 높은 조회 수를 찍더라도 뮤직비디오 감독이나 제작사에 돌아가는 추가 금액은 한 푼도 없다. 영화계와 달리 뮤직비디오 업계에는 흥행 결과에 따라 감독이 추가 수입을 얻는 러닝개런티 제도가 존재하지 않아서다.

뮤직비디오 감독 A씨는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러닝개런티를 받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영화처럼 돈을 지불하고 보는 매개체가 아니다 보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와 같은 제도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지금은 뮤직비디오만으로도 유튜브 등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럼에도 업계 환경은 별반 달라진게 없다”며 아쉬워했다.

기획사가 건네는 제작비도 제자리걸음 수준이라 뮤직비디오 감독 및 제작사의 고충도 커지는 중이다. 최근 아이돌 그룹들의 뮤직비디오 편당 제작비는 약 1억5000만원에서 4억원선.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작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발라드, 미디엄템포 계열 솔로 가수들의 경우엔 편당 제작비가 약 1000~3000만원 정도다.

문제는 인건비 등 뮤직비디오 제작비는 크게 올랐지만, 기획사가 제시하는 제작비는 수년째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뮤직비디오 감독 B씨는 “영세한 중소 기획사가 제시하는 제작비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며 “제작을 끝내고 최종적으로 남은 금액을 가져가야 하는 감독이나 제작사의 몫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작 환경과 처우 또한 여전히 녹록지 않다. 체계화된 시스템이 갖춰진 제작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뮤직비디오 감독 대부분이 1인 프로덕션 체제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프리랜서 스태프들을 섭외해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다시 혼자서 일감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식이다.

제작 일정도 촉박하다. 이틀 만에 촬영을 끝낸 뒤 편집과 후보정 작업 등을 2~3주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제 막 입봉한 신인급 감독들의 경우 ‘절대 갑’ 위치에 있는 기획사에 컷마다 컨펌받으며 일하거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팝 뮤직비디오 업계는 인력 이탈률이 높다. 대체로 업계를 떠나면 광고, 영화계 쪽으로 진로를 튼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유튜브와 OTT 콘텐츠 업계로 전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뮤직비디오 관련 협회가 전무한 상황이라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낼 창구도 없다”고 한탄했다.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사진=이데일리DB)
MV도 중요한 한류콘텐츠, 전체 시장 파이 키워야

이데일리가 써클차트(구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의뢰해 집계한 결과 2021년 처음으로 협회에 등록된 연간 뮤직비디오 수가 2000편을 넘어섰다. 2020년 1828편에서 2583편으로 등록 편수가 38.84%나 증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2021년보다 166편 늘어난 2704편이 새롭게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 활동이 불가능했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뮤직비디오가 K팝 글로벌화 흐름이 거세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자연히 뮤직비디오 시장의 열기가 이전보다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인기 척도’로 통하는 1억뷰를 돌파한 K팝 가수의 뮤직비디오의 경우 어느새 270편이 넘게 쌓였다. 46억뷰 돌파에 성공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포함해 10억뷰를 돌파한 뮤직비디오도 13편이나 된다. 블랙핑크 ‘뚜두뚜두’(DDU-DU DDU-DU),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Dynamite) 뮤직비디오 등이 여기에 속한다.

K팝 팬덤 데이터 집계 플랫폼 케이팝 레이더를 운영하는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 오디티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 내에서 발생한 K팝 영상 콘텐츠의 총 조회수는 643억건이 넘었고, 조회수의 약 90%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가 K팝 글로벌화를 이끈 주요 매개체임을 방증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K팝 뮤직비디오의 우수성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변화 움직임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러닝개런티와 같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창작 욕구를 고취할 여건이 만들어져야 인력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희철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경영학과 교수는 “K팝 뮤직비디오가 그 자체로 하나의 중요한 한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보는 음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뮤직비디오를 음악 산업 내 세부 요소로만 볼 게 아니라 또 하나의 중요 시장으로 여기며 전체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는 방향성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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