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그 후…] 백종섭 "주변에서 큰 도움… 난 너무나 행복한 복서"

"아내와의 약속대로 10월에 결혼
4년후 올림픽서 팬 성원에 보답"
  • 등록 2008-09-06 오전 7:17:41

    수정 2008-09-06 오전 7:17:41

[조선일보 제공] "이제 병원에 안 와도 된다고 하네요." 5일 건국대학교 병원을 나서는 백종섭(28)의 얼굴은 후련해 보였다. 하지만 상처가 단단히 아물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소속팀(충남체육회)을 위해선 전국체전을 나가야 하는데 경기 도중 재발할 가능성이 남아 있대요. 이젠 링에 서는 게 보통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베이징올림픽 복싱 60㎏급 대표 선수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은 한순간이었다. 16강전을 가볍게 통과하고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백종섭은 경기 중 당한 기관지 파열로 8강전을 앞두고 기권했다. 16강전의 승리 후 딸 민주(4)의 이름을 링에서 목놓아 불렀던 '아빠 복서'는 "죽어도 링에서 죽겠다"고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올림픽 후 '비운의 복서'는 어느새 백종섭을 수식하는 말이 됐다.

아내 차문이(28)씨와 민주를 두고 올해 말 입대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세상은 백종섭을 그냥 놓아두지는 않았다. 수많은 팬들의 격려와 성원 속에서 김승연 동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출판사 김영사 등이 격려금을 내놓았다. "말로 표현이 안 돼요. 어떻게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요?"

더 큰 선물은 고생한 아내에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혀줄 수 있다는 것. '행복결혼식'이라는 사회 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SK마케팅앤컴퍼니는 백종섭의 사연을 듣고 멋들어진 결혼식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다. 10월 말쯤으로 결혼식 날짜를 잡아 놓았다. 백종섭은 "드레스나 웨딩 촬영 등 모든 것을 준비해 준다는 말에 실감이 안 났다"며 "올림픽이 끝난 후 결혼식을 올리자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꿈만 같다"고 말했다.

글러브를 끼고 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크나큰 성원. 열흘 전 병상에서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했던 백종섭은 이젠 2012 런던올림픽에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성원을 보내 준 분들을 위해서라도 올림픽에 다시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종조호르(태국·복싱 51㎏급)는 33살이니까 못 할 것도 없어요."

내년이면 둘째가 태어난다. "아테네올림픽 하던 해에 민주가 태어나고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둘째가 생기고, 올림픽과 인연이 많나 봐요. 4년 뒤 올림픽엔 두 아이에게 정말 자랑스런 아빠가 돼야죠." 인터뷰 도중 한 팬이 알아보고 사인을 청하자 백종섭은 쑥스러워 하더니 이내 '60㎏급 KOREA BOXER 백종섭'이라 쓱쓱 써 나갔다. "그냥 전 복서니까요. 팬들이 주신 사랑은 복싱으로 보답해야죠."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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