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로봇심판 시대가 온다...앞으로의 기대와 숙제

  • 등록 2020-08-13 오전 6:00:00

    수정 2020-08-13 오전 6:00:00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퓨처스(2군)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운영실 관계자들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로봇심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로봇심판)에 따라 주심이 음성 수신 장치(허리)와 이어폰을 착용한 채 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스포츠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KBO리그는 현재 이와 관련한 중요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KBO리그 퓨처스리그(2군)에서 볼과 스트라이크를 자동으로 판정하는 이른바 ‘로봇심판’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KBO는 이천 LG챔피언스파크와 NC 마산 야구장에 시스템을 설치했다.

‘로봇심판’은 지난 4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퓨처스리그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경기에서 처음 선보였다. 5일과 6일 경기에도 활용될 예정이었지만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돼 잠시 중단된 상태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4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리는 kt wiz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다시 로봇심판을 볼 수 있다.

KBO가 도입한 로봇심판의 원리는 이렇다. 총 3대의 전용 카메라가 마운드, 홈 플레이트, 베이스 등 고정된 그라운드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모든 투구의 궤적을 실시간 추적한다. 타자별로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한 뒤 그 존에 통과할 경우 투구의 위치를 측정해 자동으로 볼·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단한다.

볼·스트라이크 판정 결과는 로봇심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성으로 변환돼 주심이 착용한 이어폰을 통해 전달된다. 주심은 전달된 음성 수신 결과에 따라 수신호로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다. 4일 로봇심판 데뷔전에서 주심을 맡은 정은재 심판은 왼쪽 귀에 이어폰, 허리에 음성 수신 장치를 착용했다.

메이저리그도 이미 로봇 심판을 시험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제휴 협약을 한 독립리그 애틀랜틱리그에서 지난해 하반기에 로봇 심판을 테스트했다. 마이너리그 유망주들도 애리조나 가을 교육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경험했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가 실험한 로봇 심판은 방식이 약간 다르다. KBO리그의 경우 카메라를 이용해 공의 위치를 추적한다. 이른바 테니스 경기에서 라인아웃을 판정할 때 활용되는 ‘호크아이’와 같은 방식이다. 호크아이는 최근 축구에서도 비디오 판독시스템(VAR)에 적극 활용된다.

반면 메이저리그가 실험했던 로봇 심판은 레이더를 활용한다. MLB닷컴 문자중계 등에서 쓰였던 ‘트랙맨’이 기본 원리다.

레이더 방식은 날씨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오작동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큰 낙차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감지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레이더 방식 대신 카메라 방식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단 현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일관성에 대해선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은재 심판은 로봇심판 데뷔전 후 “내 판정 기준과는 다른 경우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어서 그 부분은 매우 효율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구심을 맡으면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은데, 자동 볼 판정이 되기 때문에 부담이 굉장히 줄었다”고도 덧붙였다.

그 경기에서 LG 선발투수로 나온 성재헌은 “1회에는 헷갈리기도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판정이라 쉽게 적응했다”며 “심판의 판정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던지게 되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 동안 주심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미세하게 다르다 보니 선수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사람이 판정하다 보니 같은 경기에서도 스트라이크존이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물론 첫 단계인 만큼 보완할 점도 눈에 띄었다. 컴퓨터가 판정을 내린 뒤 음성으로 변환해 심판에게 전달되기까지 2초 정도 시간이 걸렸다. 판정이 지연되다 보니 경기의 박진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정은재 심판도 “판정이 곧장 나와 경기 흐름이 다이내믹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O는 시범 운영 후 기술 개선을 통해 판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1초 이내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느냐가 로봇심판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2년 시즌부터 1군 경기에서도 로봇 심판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일부에선 “오심도 경기 일부인데 로봇심판이 도입되면 인간적인 매력이 사라져 야구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로봇심판 때문에 심판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프로스포츠는 정확한 판정을 위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선수들이 판정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오롯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면 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심판의 일자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로봇심판이 도입돼도 결국 최종 판정을 내리는 주체는 사람이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 외에 심판이 할 일은 수두룩하다. 로봇심판 개발 및 운영 인력 등의 추가 고용도 기대할 수 있다.

프로스포츠는 이미 엄청난 규모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 결과에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오심은 더는 미덕이 되기 어렵다. 불필요하고 논란과 소모적인 갈등만 빚을 뿐이다. 로봇심판의 등장이 더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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