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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개봉 전 장재현 감독이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바람이다. 그의 소망은 현실이 됐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가 개봉 32일 만인 지난 24일 2024년 첫 천만 영화에 등극한 것. 귀신, 악마 등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한 오컬트 영화가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넘은 건 ‘파묘’가 처음이다. 역대 32번째 천만 영화이며, 한국영화를 기준으로 23번째다. 앞서 천만을 돌파한 ‘서울의 봄’(33일)보다 하루 빠른 기록이다.
‘파묘’의 성취가 특별한 게 비단 ‘천만’이란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콘텐츠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극장 영화는 위축되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발달로 콘텐츠를 송출할 플랫폼은 많아졌다. 살길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꾀하는 감독들이 늘어난 만큼, 한 관심사에 깊이 파고들며 고유한 색깔을 내는 감독은 대신 더 드물어지고 있다. 장 감독은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10년 내내 오컬트 미스터리 한 우물을 팠다. 자신의 색깔과 철학을 지키며 상업적 성공까지 거머쥔 것이라 그 결실이 더욱 값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 세 작품 모두 오컬트이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꾀하며 성장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의미를 전했다.
‘검은 사제들’로 대중적 성공…‘사바하’로 심오해진 세계
장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 작품인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로 처음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에 도전했다. 이 이야기를 확장해 만든 첫 장편영화가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주연의 ‘검은 사제들’(2015)이다. 한국의 가톨릭 사제들이 악령에 빙의된 한 소녀를 구하고자 비밀리에 펼치는 구마 의식을 그렸다. 할리우드의 엑소시즘물에 한국적 색채를 적절히 결합한 뛰어난 캐릭터물로 주목받았다. 544만 관객을 모아 장재현이란 이름을 영화계와 대중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은 사실 전통 무속신앙에 빠져 만든 가톨릭 영화였다”며 “두 사제 캐릭터를 처음부터 무속인의 정체성으로 풀어나갔다. 무속신앙에 관심이 많았고, 그때 만난 많은 무속인들의 도움으로 다음 작품들도 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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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했던 걸 안 했네, 발전하고 있구나’란 평을 듣는 게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다. 진보하는 게 감독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장 감독의 연출 철학이다. 장 감독은 전작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캐릭터와 서사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절충안을 고민했다. ‘파묘’가 세상에 나오는 데 5년이나 걸린 이유다.
영화적 체험에서 중요한 현실감을 위해 어린 무당과 만신, 풍수사들을 직접 만나 캐릭터들에 반영했다. 본인이 직접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공부해 10여 차례의 묘 이장에 참여하기도 했다. CG 사용도 최소화했다.
윤성은 평론가는 “‘파묘’는 구시대 유물로 여겨지던 우리 문화권의 영적 세계를 현대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가공한 웰메이드 작품”이라며 “장재현 감독이 장르 영화에 메시지와 교훈까지 녹일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함으로써 점차 거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했다”고 극찬했다.
매 작품 뼈를 깎고 피 토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10년간 오컬트 외길을 걸을 수 있던 장 감독의 원동력은 ‘신비로움을 향한 동경’이다. 장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보이지 않는 어두운 것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이 보이는 것들만큼 인간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어두운 세계 속 평범하고 밝은 인물들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기이한 일을 겪은 당사자 대신, 문제를 해결하러 온 전문가나 소시민적 인물들을 늘 주인공으로 내세워온 취지다. 장 감독은 “‘파묘’는 캐릭터들의 사랑스러움과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 작품”이라며 “다음 작품의 정답을 아직은 모르지만, 캐릭터와 서사의 밸런스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