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선수위원 출마 박인비 “또 한번의 金 도전 각오로 뛰겠다”[신년인터뷰]

‘청룡의 해’ 맞은 1988년생 용띠 박인비
2024년 파리올림픽서 IOC 선수위원 도전
메이저 7승·리우올림픽 金…최초 '커리어 골든슬램'
“올림픽 직접 경험하니 감동·영광 이상의 것 존재”
“파리서 최대한 많은 선수 만나 제 의지 알릴 것”
"한국 골프, 올림픽 메달 딸 때 됐다…할 ...
  • 등록 2024-01-02 오전 12:00:00

    수정 2024-01-02 오전 12:10:50

박인비가 이데일리 독자들에 신년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올림픽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제 인생을 바꾼 것이나 다름 없죠. 또 다른 금메달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로 출마하려고 합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청룡의 해, 1988년생 용띠인 박인비(35)의 인생 2막이 열릴 해다. 박인비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지난해 딸을 출산했고 올해는 IOC 선수위원이라는 큰 꿈에 도전한다. 새로운 인생 챕터가 열리는 해가 용의 해라니 저에게도 굉장히 특별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선수, 한국 여성 최초로 IOC 선수위원 도전

박인비는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메이저 7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1승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 골프 선수로는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만 28세 최연소 나이로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도 입회했다.

리우올림픽 이후 박인비는 IOC 선수위원의 뜻을 품고 진지한 태도로 준비해 왔다. 지난해 8월 이뤄진 IOC 선수위원 한국 대표 공식 면접에서 영어 실력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만장일치로 한국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이어 11월에는 IOC가 발표한 선수위원 후보 최종 32명 안에 드는 데 성공했다.

출산 후 복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던 박인비는 IOC 선수위원 도전이 아니었다면 지난해 4월 낳은 딸 인서를 돌보며 지냈을 것이라고 했다. 육아 스트레스도 없어 적성에 딱 맞는다면서 말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IOC 선수 위원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새로운 인생의 문이 열린 것이다. 자신의 인생 계획을 바꾼 만큼 박인비에게 올림픽은 특별하다.

그는 올림픽이 사람으로서 성숙해진 계기라고도 돌아봤다. 박인비는 “올림픽 전에는 선수로서 잘하긴 정말 잘했다. 이룬 것도 많았다. 하지만 사람으로서 성숙함은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점점 단단해졌다. 또 ‘내가 뭔가를 이렇게 간절하게 원한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절했다”고 떠올렸다.

리우올림픽은 박인비가 손가락 부상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출전한 대회였다. 부상 회복이 더뎌 출전 자체도 힘들어 보였고 일부 네티즌들은 박인비에게 출전권을 양보하라고 압박했다. 박인비는 투혼으로 이를 극복하고 ‘골프 여제’다운 기량을 발휘하며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인비는 “경기 일주일 전에 리우에 도착해 연습 라운드를 하려고 코스를 돌다가 남자 선수들의 시상식을 보게 됐다. 저는 참가에 의의를 두려고 했는데 시상식 장면을 보니 ‘저 시상대 위에 올라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오죽하면 ‘이제부터 평생 우승하지 못해도 되니까 이번만 금메달 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따낸 금메달은 프로 무대에서 이룬 어떤 업적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애국가를 들으니 가슴이 뜨거워지고 울컥했다.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감동, 영광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올림픽이 특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인비가 엄지를 치켜올리며 2024년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최종 후보 32명 중 단 4명만 IOC 선수위원에 선출

박인비는 골프 선수로는 물론 한국 최초 여성 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최종 선수위원 후보 32명 중 2024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1만여 명의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은 4명이 새 IOC 선수위원이 된다. 8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박인비를 비롯한 선수위원 후보들은 파리올림픽 현지에서 선거 활동을 한다. 이미 외신에서는 박인비와 육상의 앨리슨 펠릭스(미국)를 유력 후보로 부각하고 있다. 그는 “한국 후보로서 더욱더 열심히 선거활동에 임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IOC 선수위원의 최종 후보는 성별, 종목, 국가를 안배해서 지명한다. 골프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 지 2회밖에 되지 않았고 메달은 남녀 개인전에 단 2개만 걸렸다. 골프계는 박인비가 IOC 선수위원에 당선돼 올림픽에서 골프의 비중을 키우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박인비는 “혼성, 단체전을 넣는 등 메달 수를 늘리고 비중을 확대하면 많은 대중이 골프를 더 재밌게 접할 수 있을 듯하다”고 바랐다.

그는 파리올림픽으로 임기가 끝나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에 격려와 조언도 많이 들었다. 리우올림픽 현지에서 선거활동을 했던 유승민 위원은 선수들의 표심을 얻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경기를 앞두고 예민한 선수들에게 말 걸기도 쉽지 않았고 선수촌을 다니다가 무시당하는 경우도 일쑤였다고 했다. 파리올림픽에서 선수들을 만나 자신을 알려야 하는 박인비도 유 위원에게 이런 에피소드를 듣고 걱정이 컸다고 한다.

앞서 말했던 “유승민 위원이 리우올림픽에서 450㎞를 다니면서 5㎏이 빠졌다고 들었다. 나는 500㎞를 뛰어 10㎏ 감량하겠다”는 의지도 변함이 없다. 이어 “유 위원님은 하루 종일 밖에서 선수들을 기다리셨고 나중에는 선수들과 친해졌다고 들었다. 저도 발로 뛰며 최대한 많은 선수를 만나 후보로 나서는 의지를 알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IOC 선수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대우는 국빈급이다. IOC 위원과 동일하게 올림픽 개최지 결정권 등의 권한을 지니며 IOC에서 파견한 대사로 인정받는다. IOC 회원국에 입국할 때는 비자가 필요 없으며 IOC 총회에 참석할 때는 개최국가로부터 전용 승용차와 안내요원을 지원받는다. 또 IOC 선수위원이 탑승하는 차량과 머무는 호텔에는 해당 IOC 선수위원 국가의 국기가 게양된다. 스포츠 외교관으로서 대우받는 것이다. 선수가 아닌 행정가에 새롭게 도전하는 박인비는 “현역 선수는 어린 친구들에게 롤모델로 인식되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스포츠에 유입될 수 있도록 앞장서는 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젊은 세대에 직접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라며 “전 세계 젊은 세대와 선수, IOC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박인비는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남녀골프에도 응원을 보냈다. “도쿄 때 한 번 쉬었으니까 파리에서 무조건 메달 따야죠. 금메달이면 더 좋고요. 한국 여자, 남자 골프 다 잘할 겁니다. 파이팅!”

이야기하는 박인비.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미소짓는 박인비.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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