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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국가상비군을 한 그는 뉴질랜드와 호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재학할 당시의 헤드코치가 홍 코치의 실력을 유심히 본 뒤 스탠퍼드 대학 골프부에 입학 추천서를 써줄 정도로 유망했다. 홍 코치는 “군대에 가야 해서 학교는 몇 번 못 갔고 졸업도 하지 못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골프를 배운 그는 2010년부터 레슨 프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 사단의 인스트럭터들을 한국으로 초빙해 레슨을 시작했지만, 당시 한국 문화와는 맞지 않았다. 또 외국 코치들 특유의 똑같은 레슨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수의 개성에 맞춰 레슨을 하기보다, 코치의 매뉴얼에 선수의 스윙을 맞추는 걸 보며 ‘선수들은 각각 성격도, 근력도, 키도 다 다른데 왜 똑같이 가르치려고 하지?’라는 의문이 생겼다. 이에 홍 코치는 본격적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홍 코치는 코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교감’이라고 얘기한다. 신뢰가 쌓이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커져야 레슨도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선수를 훌륭하게 만들 순 없어도 망치면 안 된다’가 홍 코치의 신조다. 그래서 그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분석하는 데 능하다.
홍 코치의 제자들은 그의 장점으로 분석력과 맞춤형 레슨을 꼽는다. 홍 코치는 매 경기, 매 라운드 지도하는 선수들의 샷 트래커를 하나하나 다 본다. 선수가 잘 하고 있는 건 놔두고 채워야 할 부분을 집중해 점검한다. 예를 들어 2020년 시드전을 치르고 홍 코치를 찾아온 김수지와는 비거리를 늘리는 훈련에 집중했다. 홍 코치와 함께 훈련한 김수지는 20야드 가까이 비거리를 늘렸고, 결국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을 차지했다.
홍 코치의 족집게 강의도 한 몫했다. 박보겸은 교촌1991 레이디스 오픈이 열린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으로 이동하기 전날 홍 코치와 9홀 라운드를 돌았다. 그때 박보겸의 폴로 스로가 늘어질 때 미스 샷이 나온다는 걸 알아챈 홍 코치는 펀치샷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마침 교촌1991 대회는 대회 기간 내내 비가 많이 왔다. 악천후로 선수들이 고전하는 와중에, 박보겸의 샷은 견고했다. 심지어 최종 라운드에서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샷으로 홀인원까지 기록하며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박보겸은 “저는 원래 티 샷에서 실수가 나오면 스코어를 많이 잃는 경향이 있었는데, 홍 코치님을 만나면서 그런 불편함이 없어졌다. 거리가 조금 줄어도 페어웨이를 많이 지키는 게 올해 저의 목표였고, 잘 이뤄지다 보니 티 샷 자신감까지 생겼다”고 돌아봤다.
그렇지만 홍 코치가 생각하는 더 좋은 방법은 스윙 매커니즘보다는 리듬이다. 특히나 일주일에 하루도 연습하기 힘든 아마추어들에게는 더욱더 리듬이 중요하다. 홍 코치는 “매일 연습하는 프로 선수들도 스윙을 고치기 힘든데, 아마추어들은 동작을 고치는 데 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홍 코치는 “요즘 워낙 미디어가 발달돼 있어 프로들의 스윙, 레슨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스윙 매커니즘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스윙 매커니즘에 너무 빠지면 정작 공을 칠 때는 잘 맞지 않는다. 저는 선수들한테도 대회 때는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하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한다. 18홀 내내 같은 리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 아마추어분들은 더 어렵다. 리듬을 유지하지 못하면 일관된 스윙은 더더욱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필드에 나갈 때는 리듬을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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