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반간첩법 한국인 구속…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50대 韓교민 A씨, 반간첩법 위반 혐의 체포
외교부, 영사 조력 제공…5차례 영사면회 진행
한중 관계 고려 상황 관리…안보 사건 협상 지원 한계
“공안 단독 처리 가능성…中정부 법에 따라 적발”
  • 등록 2024-10-31 오후 4:49:08

    수정 2024-10-31 오후 6:58:48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최근 중국에서 한국교민 50대 A씨가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면서 회복세를 띄던 한중 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외교당국도 이번 사태가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할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재호 주중대사가 16일 오전 중국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31일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내 반간첩법 구속 사건에 대해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공관에서 (가족과) 접촉하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을 아꼈다.

외교부는 지난 28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거주하는 A씨가 작년 말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영사 조력’ 외에 별도 언급을 피하며 상황을 관리하는 모양새다.

A씨의 가족에 따르면 주중대사관 측은 10개월여 간 총 5차례 영사 면회를 진행하며 법적 절차를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A씨가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간단한 소식을 전하고, 편지를 전달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범죄와 달리 국가 안보와 밀접한 반간첩법 사건의 경우는 정부 차원의 협상 지원 등이 어렵기 때문에 외교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반간첩법 사건은 통상 중국 변호사만 고용할 수 있고, 가족들에게도 관련 내용이 공유되지 않는다.

중국을 연구하고 있는 교수 B씨는 “중국 정책은 통일성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공안이 따로 처리했을 수 있다”며 “중국도 한국과 관계를 관리하고 싶기 때문에 중앙에서 의도를 가지고 결정을 내렸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종사한 A씨를 반간첩법으로 구속한 것을 단순 영사 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이 작년 말 중국 창신메모리(CXMT)에 기술 유출한 혐의로 삼성전자 출신의 직원 김씨를 구속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이번 사태가 발생해서다. A씨는 CXMT에서 4년간 일했고, 2020년 권고사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가 자칫 활기를 띈 한중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중 관계는 지난 5월 말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오랜만에 활기를 띄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놓고 예민해졌다.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중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최근 한일중 고위급 회의를 계기로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와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한중 회담을 열지는 않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

특히 이번 사태의 경우 중국 내 우리 주재원과 여행을 위해 방문하는 우리 국민 정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한중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이 한국 공민(시민)은 간첩죄 혐의로 중국 관련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며 “중국은 법치 국가로, 법에 따라 위법한 범죄 활동을 적발했고, 동시에 당사자의 각 합법적 권리를 보장했다”고 적법한 체포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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