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IPO 미루고 단기 유동성 확보
3일 이랜드그룹이 발표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따르면 우선 리테일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6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키로 했다. 현재 주관사(동부증권·큐리어스파트너스)가 투자구조 협의와 외부투자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당초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 방식으로 5월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자회사인 파크의 손실과 임금 체불이 걸림돌로 작용하자 아예 상장 시점을 미루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돌입키로 한 것이다. 이규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리테일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상장을 진행하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IPO와 유사한 효과가 있는 자본 유치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회사를 분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입되는 6000억원 중 3000억원은 상장전환우선주(RCPS) 해소에 사용된다. 이랜드월드(이하월드)는 나머지 3000억원 중 2000억원으로 이랜드파크 지분을 인수하고 향후 패션사업부를 별도 독립해 순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신용평가 업계는 이번 방안에 대해 리테일 IPO가 미뤄지는 점은 부담이지만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고 기업가치의 조정 여지가 생긴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경화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IPO를 통한 유동성 확충과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고 높은 수준의 재무부담이 유지되는 점은 부정적”이라면서도 “추후 IPO 시점까지 재무적 대응이 가능해졌고 IPO를 통한 긍정적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리테일 입장에서는 RCPS의 보통주 전환으로 자본이 확충되고 손실이 지속 발생하는 파크를 떼어냄으로써 이익 창출력 제고가 기대된다. 실제 지난해 리테일 당기순이익은 1302억원을 기록했지만 자회사를 합친 연결 기준으로는 743억원에 그쳤다.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파크가 연결 기준에서 빠지게 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향후 IPO 추진 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분을 인수하는 외부투자자와의 계약에 2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룹이 매수청구권을 청구하거나 아예 리테일을 넘기는 조항이 담겨 있어 IPO 무산 불확실성도 줄였다는 평가다.
재무구조 개선…본원 수익창출력 ‘관건’
그룹은 이번 방안을 통해 지난해부터 진행한 재무구조 개선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추가 매각과 올초 티니위니 매각으로 1분기말 부채비율은 240%로 작년말(315%)대비 크게 낮췄으며 올해말까지 200%를 목표로 삼았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은 전년대비 3.7% 성장한 7조4000억원을 시현했다. 영업이익은 4398억원으로 200억원 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률(6.0%)도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주력인 국내 패션·유통, 중국 패션 사업환경은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이다. 중국 패션사업의 경우 지난해 2조1000억원으로 전년(2조3000억원)대비 역성장했다. 티니위니를 비롯해 브랜드 정리 작업이 지속돼 매출 축소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본원 수익 창출력 회복이 뚜렷하지 않은 셈이다. 그룹은 리테일 지분 매각과 지속 자구노력을 통해 신용등급 상향까지 기대하고는 있지만 당장 상향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소한 올해 1분기 실적을 봐야 중국 패션사업 회복 등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랜드처럼 단기성 차입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금융기관 상환 일정 변동성은 높은 편이어서 향후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도 “차입금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 창출능력 대비 채무부담은 높은 수준으로 중국 사업도 단기간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수익이 2015년처럼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는 만큼 향후 국내 패션 사업 회복과 중국 부진 완화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