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尹…인적쇄신 대신 보강으로 가닥

“인적쇄신, 정치득실 따질 일 아냐”…사실상 쇄신 없다는 뜻
尹대통령실 첫 개편, 실속·내실 방점… 재배치·보강 전망
홍보 강화 차원 김은혜 합류 유력…비서관급 재정비 거론
‘학제 개편’ 논란에 교육비서관 전격 교체
  • 등록 2022-08-16 오후 6:15:41

    수정 2022-08-16 오후 9:32:48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진에 대한 전면적인 인적 쇄신보다는 일부 인력을 보강하는 식으로 개편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취임 100일을 맞아 지지율 반등을 위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하루 앞둔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尹 “정치적인 득실 따져서 할 문제 아냐”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인적 쇄신론에 대해 “어떤 변화라는 것은 국민의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국민의 안전을 꼼꼼히 챙기기 위한 변화이어야지 어떤 정치적인 득실을 따져서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취임 이후에 여러 가지 일들로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만 휴가 기간부터 제 나름대로 생각해놓은 것이 있고, 국민을 위한 쇄신으로서 꼼꼼하게 실속있게 내실 있게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의 저조한 국정 지지도를 반등시키기 위해 국면 전환용 카드로 참모들을 물갈이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는 윤 대통령의 평소 인사 철학과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번 선택하면 쉽게 버리지 않는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손발 맞추던 사람들을 3개월 만에 내치는 것은 평소 소신과 맞지 않는다”는 뜻을 주변에 밝혔다고 한다.

이는 정치권의 요구와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야권에선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자진 사퇴에 이은 참모진 추가 경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국민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취임 후 지금까지 인사가 문제라고 수차례 지적하는데 국민이 기대하는 전면적인 인적 쇄신과 국정기조 전환은 또다시 묵살될 참”이라며 “윤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받들어 때를 놓치지 말고 대통령실과 내각 전면적 인적 쇄신 나설 것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도 인적 쇄신 요구가 거세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한 명 교체로 모든 게 원상복구 된다고 생각 안 한다”며 “(윤 대통령이) 참모진에 대한 쇄신도 조금 더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에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교육부,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내각 구성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내각 구성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모진 개편까지 단행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의도로 읽힌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 17일 기점 윤곽

이번 대통령실 개편 규모는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는 오는 17일을 기점으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을 비롯한 1기 참모진의 뼈대가 거의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비서관급 등 일부 교체 가능성은 거론된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전 의원의 대통령실 합류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역할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00일간 비서실 운영 경험을 토대로 일부 비서관급 직제를 바꾸거나 행정관 등 실무진 인력을 재배치, 충원하는 방식으로 재정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홍보, 정무라인을 보강하거나 홍보-정무 기능을 통합하는 방향을 점치고 있다. 비서실장과 홍보수석, 정무수석 등 참모진 교체는 고려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결정은 대통령에게 달렸지만, 지금 당장 개편 인사가 이뤄지지는 않고 보강하는 방향으로 갈 듯하다”면서 “그러다 보면 업무가 겹치는 부분에서 관련 인사들의 성과가 드러날 것이고, 연말쯤에는 자연스럽게 각 분야 교체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권성연 교육비서관을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장으로 보냈다. 대신 설세훈 교원소청심사위원장을 교육비서관에 임명했다.

권 비서관 교체는 박순애 전 장관이 촉발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및 번복 논란 등 교육 개혁 및 정책에 혼선을 빚은 책임을 묻는 차원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 휴가 당시는 ‘학제 개편’ 논란이 가장 뜨거웠던 때로 윤 대통령이 교육비서관 교체를 그때부터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오는 17일 오전 ‘대통령에게 듣는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제목으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40분 동안 진행되며, 출입 기자들과의 즉석 질의응답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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