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금융감독원 출신 전 청와대 행정관과 라임자산운용 사건 주역들 간 얽히고설킨 인맥을 입증할 또 다른 정황이 파악됐습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투자자들에게 라임펀드를 1조원 이상 판매한 증권회사 전 간부 장모씨의 주머니 속에서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현 금감원 팀장) A씨 명함이 나온 데 이어, 투자받은 돈을 운용한 이종필(수배 중) 전 라임 부사장과 A씨가 페이스북 친구 사이인 것으로 확인된 건데요. 현재 페이스북에 전체공개된 글과 사진상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은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아 친분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약 450명인 A씨 페이스북에 나열된 친구목록을 보면 금융위원회, 금감원 관계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고교와 대학, 대학원 시절 인연을 맺은 것으로 추정되는 지인도 많습니다. 언론계 종사자들도 간혹 있고요. 상대적으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몸담은 페친은 드물었는데, 이 전 부사장이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겁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홀연 사라져 종적을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후 이 전 부사장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 역시 방치돼 두 사람이 친구로 등록한 것은 이보다 이른 시기로 추정됩니다.
장씨 역시 A씨와 연결고리가 없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서울 출신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한 후 하나대투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에서 근무한 장씨는 지연, 학연, 혈연을 볼 때 A씨와 이렇다 할 교집합이 없을뿐더러 업무상 접점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끊어져 있던 고리는 라임 관련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회장님’ 김모씨를 넣으면 맞춰지기 시작합니다. 김씨는 A씨와 고향이 같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전 부사장은 장씨와 이미 막역한 관계로 정평이 났습니다. 이 전 부사장을 징검다리 삼아 김씨와 장씨가 알 수 있는 구조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일 “A씨가 지난해 연말 송년 모임에서 장씨와 만나 명함을 주고받은 적이 있지만 이후 장씨를 본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두 사람이 만났다는 모임의 성격과 참석자들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함구해 궁금증을 낳았었는데, 김씨가 주축이 된 부적절한 모임일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상원)는 이르면 주중 A씨를 소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A씨 또한 수사에 협조한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A씨를 상대로 라임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에 검사 무마를 시도하거나, 검사 정보를 외부로 빼돌리거나, 사태를 축소·은폐해 청와대 윗선에 보고했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면 대가성 여부도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