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삼성그룹 불법합병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고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의 기소 결정에 따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와 진행 중인 ISD 소송이 한국에 불리해져 대규모 국부유출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판이 시작되면 한국 법무부가 엘리엇에게 민감한 수사자료 제공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기자) |
|
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 개입으로 부당하게 손해를 봤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 법무부에 검찰 수사자료를 요청했다. 한국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 수사 자료가 엘리엇의 논리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요청한 문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 삼성미래전략실이 만든 ‘M사 합병추진안’등이 포함돼 있다. 엘리엇은 이 문서들이 ISD 주요 쟁점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ISD 중재재판부는 당시 “수사가 진행 중이라 공개할 수 없다”며 엘리엇의 요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이제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함으로써 공개 재판이 진행되면 피의사실공표 등 국내법상 관련 문서 제출을 막을만한 사유가 사라졌다.
엘리엇이 한국 법무부에 다시 수사 자료를 요청해 관련 문서들을 ISD 소송에서 엘리엇에 유리한 근거로 악용한다면 대규모 국부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되는 이유다.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최소 7억7000만달러(약 9100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ISD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ISD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으로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한 제도다.
앞서 외신도 이번 사건이 ISD 소송에서 엘리엇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ISD 중재 소송에서 엘리엇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로이터통신도 “검찰의 이번 수사는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