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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의 70%가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을 제로페이로 끌어들여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줄 지가 관건이다.
제로페이는 우선 소득공제율 40%라는 막강한 유인책을 장착했다. 신용카드(15%)와 체크카드(30%)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하지만 신용카드와 같은 신용공여 기능이 없는 사실상 체크카드여서 후불 결제에 익숙한 신용카드 고객들을 끌어들이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은행·결제플랫폼 사업자들 제로페이 수수료 면제
서울시는 25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중소기업벤처부, 지자체(부산·인천·전남·경남), 11개 시중은행, 5개 민간 결제플랫폼 사업자들과 함께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결제플랫폼 사업자들은 소상공인에 대해 오프라인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은행들은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수수했던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결제플랫폼 사업자 및 은행과 공동으로 기본 인프라에 해당하는 ‘공동QR’을 개발하고 허브시스템을 구축·운영한다. 이렇게 되면 매장에 하나의 QR만 있으면 소비자가 어떤 결제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결제가 가능해진다.
소비자들은 가맹점에서 앱을 켜 판매자의 QR코드를 찍고 결제금액을 입력한 뒤 전송하면 된다. 또는 판매자가 매장 내 결제 단말기(POS)에 있는 QR리더기로 소비자 스마트폰 앱의 QR코드를 찍어 결제할 수 있다. 새로운 앱을 내려받을 필요 없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기존 간편결제 앱을 그대로 이용하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바로 이체되는 시스템이다.
후불결제 · 포인트 혜택 없어…유인책 부족 지적
박 시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자영업의 위기는 우리 사회 양극화의 최전선 문제이자 우리 사회가 해결할 핵심과제”라며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다른 지자체에도 제로페이가 확산되면 경제적 효과를 함께 누리고 판매자가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지난 4월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 실태 조사를 한 결과 편의점의 카드 수수료는 전체 수익의 평균 30%, 파리바게뜨 같은 제빵 프랜차이즈는 평균 52%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로페이가 박 시장의 바램대로 신용카드 고객들을 끌어올 수 있을까. 이날까지 발표된 유인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고 수준인 40%의 소득공제율을 제로페이에 적용하기로 했다. 전통시장 소득공제율과 같은 수준이다.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30%의 소득공제율보다 월등히 높다. 연봉이 5000만원이고 2500만원을 소비한 직장인이 소비액을 신용카드로 결제했을 경우 연말정산에서 31만원을 환급받지만,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79만원을 환급받는다. 박 시장은 “소득공제율이 일반 신용카드를 쓰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결국 제로페이는 신용카드를 대체하기 보다는 체크카드나 현금결제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아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다.
서울시는 추가 유인책으로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고 공용주차장, 문화시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공공시설 결제 때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향후에는 온누리상품권, 공무원복지포인트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는 포인트 적립, 이모티콘·쿠폰 제공 등의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신용카드 소비자들은 극장, 백화점, 레스토랑 할인과 각종 포인트 적립에 익숙한 상황으로 시에서 제공하는 혜택의 수준이 유인책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앞으로 난관이 좀 있다”며 “한국은행, 국세청 등 범부처가 달려들어야 하고 금융위원회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도 각종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결국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많이 써줘야 할 것”이라며 “신용카드는 여신·신용기능이 있는데 제로페이도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