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새 정부 앞에 놓인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심각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도 외환위기로 국가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출범했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경제문제였고 동아시아의 일부 국가에 국한된 현상이었으며, 무엇보다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이를 극복해야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정부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세계적 금융위기와 재정위기와 함께 3차 북핵 실험으로 심각해진 안보위기의 상황에서 출발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들이 안보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양극화와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의 심화로 위기극복에 필수적인 국민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이다.
경제양극화 현상으로 중산층은 몰락하고 있고 1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자영업에서의 과다경쟁으로 시한부 저소득층이 급증하고 있지만 자녀들의 취업은 갈수록 힘들어져 소위 3포세대가 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이를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제활동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으며 대선공약에 따라 사회복지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에 대한 재원마련이 쉽지 않고 도덕적 해이도 만만치 않다. 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과 재분배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당장 현실의 삶이 고달프고 어려운 서민들에게 미래세대의 부담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역사의 교훈을 통해 우리는 국민의 단합된 의지가 없이는 위기극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민과 정치권, 시민사회를 이끌어 안보와 복지, 그리고 성장이라는 세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대통령은 더욱 낮은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 갈등보다는 협력을, 대립보다는 타협을, 압박보다는 설득을 통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집단을 이끌어야 한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신뢰와 원칙이라는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 있다. 대통령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설득하고 동참을 호소한다면 국민들의 지지와 협력이 함께 할 것이고, 정치권도 이익집단들도 위기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조건이고,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