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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SM타운)에서 열린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 ‘다름과 공존’ 세션에서 “페미니즘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불특정한 과격 노선이 나올 수 있지만, 결국 인간을 향하고 있지 않으면 많은 사람에게 외면 받을 것”이라며 남녀가 공존하는 성평등을 위해서 이 같은 시각이 밑바탕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때보다도 여성 관련 이슈가 활발하게 다뤄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여성에 대해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다는 의견을, 다른 쪽에서는 성평등 지수는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우리는 어디쯤 와 있을까.
이날 토론에서는 조혜정 교수를 비롯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우석훈 경제학자가 머리를 맞대 성평등에 대한 현상을 짚어봤다. 지금은 책방 주인으로 변신한 김소영 MBC 전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아 이야기를 이끌었다.
정량적·정성적 성평등 격론…“젠더 감수성 키워야”
동네 책방 ‘당인리 책발전소’의 주인으로 알려진 김소영 아나운서는 “서점에서 페미니즘 매대가 커지고 판매량이 압도적”이라며 “시대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조 교수는 조남주 작가의 책 ‘82년생 김지영’이 큰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 속의 김지영씨가 겪은 경험은 어떻게 보면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공기처럼 만연해 있던 여성 차별적 양상”이라며 “강남역 살인, 홍대 몰카, 미투 등 다양한 사건이 쌓여 여성 에너지가 결집해 분출했다”고 진단했다.
우 경제학자는 “20세기 여성들을 보면 참정권이 없는 등 여성들 스스로 뭔가 얻을 기회가 없었다”며 “21세기 공간 내에서 조금씩 변해야 했지만, 지체돼 있던 여성의 위치에 대한 논의가 요즘에서야 ‘빵’하고 터졌다”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우리 사회의 정량적인 성평등은 해외 선진국과 비슷하게 상당 수준 갖춰져 있지만, 정성적으로 멀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법시험에서 여성임용은 45%에 육박하는 등 수치로 봐도 검사가 되는 과정은 여성에게 평등하지만, 이들이 여성청소년계로 발령을 받으면서부터 검사는 ‘여검사’가 된다고 했다. 그는 “왜 여성 검사에게 그 역할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는지는 모르겠다”며 “기성세대가 ‘젠더 감수성’을 키워 성별의 격차를 줄이는 ‘퀀텀 점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 교수는 “지표상 영화산업 종사자는 남녀비율이 같지만, 여성 감독 비율은 10% 미만으로 떨어진다”며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의 자리는 성적인 벽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유리천장’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우 경제학자도 “한국 여성은 29~32세쯤에 아이를 낳고 휴직하면서 임금은 평균 10~15%가량 떨어지고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여성의 승진율과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한국의 성평등은 맨 밑이다”라고 지적했다.
성평등을 위한 ‘쿼터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이 최고위원은 “정치권에서 소수자를 배려하듯이 ‘여성할당제’라는 쿼터제를 운용하고 있는데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여성간에 싸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쿼터제는 기계적으로나마 젠더 격차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 경제학자는 “배려하고 보호하는 차원에서 기업들이 여성임원 늘려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를 해보니깐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며 “남자들끼리 모여서 비슷하게 내린 패턴화된 결정이 여성이 3명만 들어와도 바뀐다. 쿼터제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는 양질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쿼터제는 여성들만을 위한 배정, 일종의 시혜라고 받아들이는 불편한 시선이 있다”라면서도 “여성들 입장에서는 기회의 출발선은 기울어져 있다. 적어도 출발선을 같게 하고 경쟁시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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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경제학자는 직장에서의 펜스 룰에 대해 “여자랑 밥 안 먹겠다는 남자가 치사한 거다. 직장에서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교수는 “실제로 우리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 각각의 능력문제이지 성별적 차이가 아니다”라며 “펜스룰이 작동한다는 게 웃기고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미러링과 관련해 “워마드와 일베가 전부인 것처럼 묘사되는데 양 극단의 1%라고 생각한다. 어디에나 있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주류 사회는 건강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사들은 성평등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기술 진보’를 꼽았다. 이 최고위원은 “여성도 전투병으로 복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여성직업군인의 목소리는 당시에는 급진적이었지만, 지금은 기술 진보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교수는 “여성이 무거운 카메라를 못 든다는 전제에 촬영이나 조명 직능은 남자가 대부분하고 있다”며 “가벼운 카메라가 만들어지는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면 여성이 배제당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연사들은 결국엔 젠더 갈등이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 최고위원은 “정치권이 젠더이슈에 대한 대화를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성평등의 지향성을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며 “개개인이 꿈꾸는 성평등에 대한 관점을 갖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 변화가 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경제학자는 “현재는 성별 간에 임금 격차가 있지만, 결국 여성이 경제적으로 권한을 가지고 남성에 나눠줄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재는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차별적 구조가 나오는 과도기”라며 “결국 인간을 향한, 결국 남녀가 공존한다는 어떤 분위기와 터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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