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만찬 축배, 올해는 구속 걱정..JY '18일의 희비'

지난해엔 신임 임원·가족에 격려사
1년 뒤 그날..심문받고 구치소 대기
  • 등록 2017-01-18 오후 7:31:14

    수정 2017-01-18 오후 11:25:01

[이데일리 김봉규 인턴기자] 박영수 특검으로부터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특경가법상 횡령,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이데일리 성세희 양희동 기자] 아침 일찍 서초동 삼성사옥으로 출근한 이재용(49)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출근 시각이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는 정도다. 삼성 관계자는 “(법원 출석을 앞두고) 마음을 추스르고 이번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일찍 출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9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에 올라타 삼성사옥을 나섰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직원과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 직원 20여 명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서초동으로 움직인 뒤였다.

“마음 추스르려 평소보다 일찍 출근”

이 부회장이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D빌딩 3층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15분. 긴 회색 코트를 입고 단추 두 개만 잠근 채 차에서 내린 이 부회장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삼성 오너가(家) 첫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운명의 날’을 맞은 그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보였다.

이 부회장은 입구 양옆으로 늘어선 수많은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입을 꾹 다문 채 특검 사무실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 부회장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특검 사무실로 올라간 지 20분도 안 돼서다. 그리고는 특검팀이 준비한 검은색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곧장 법원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이 탄 카니발은 약 20분 만인 오전 9시56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 주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이 오전 10시 30분부터인 것을 고려하면 30분이나 이른 시각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곳에서도 법정에 출석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입을 굳게 닫았다.

영장심사 4시간가량 진행…곧장 구치소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약 3시간 45분이 지난 오후 2시 10분이 돼서야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다른 피의자와 비교했을 때) 평소보다 오랜 시간 동안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심사가 끝난 뒤 곧장 경기도 의왕에 소재한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특검은 애초 그를 특검 사무실에서 대기시키려던 계획을 바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시키기로 했다. 삼성 미전실 등 주요 임직원은 지난 17일 서울구치소를 한 차례 답사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19일 새벽 무렵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송우철 변호사는 “뇌물공여혐의와 관련해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의 대가성 여부가 가장 큰 논란이 됐다”라며 “재판부에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1년 만에 180도 뒤바뀐 이재용의 1월18일

이 부회장이 이런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정확히 1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리면 지난해 1월 18일 이 부회장은 2016년 병신년 새해 자신의 첫 공식행사로 서울 중구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삼성 임원 승진자 만찬’에 참석했다.

삼성 임원 승진자 만찬은 매년 1월 첫째 주 월요일 열리는 행사로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참석해 승진 임원들에게 이건희 회장의 이름이 뒷면에 새겨진 고급 시계를 선물하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2014년 이후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세 번째로 이 부회장이 주재했던 1년 전 만찬은 2015년 12월 단행된 연말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임원과 그 배우자를 초청해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에는 신임 임원 197명과 함께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오너 일가와 삼성 사장단 등이 총출동했다.

지난해는 그에게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과 책임 경영을 선언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큰 시기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 입장에선 불과 1년 전엔 올해가 삼성의 리더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젠 구속을 걱정하며 한치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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