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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판 ‘알리바바’가 나올 전망이다. 정부가 우리나라의 폐쇄적 금융결제 시스템과 경직적인 규제 체계 등으로 금융혁신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금융결제 인프라의 혁신과 유연한 규제 체계를 도입키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 기자 브리핑에서 “금융결제는 많은 고객 접점과 빅데이터 등을 통해 종합적인 금융플랫폼으로 발전하는 핀테크 혁신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데다 온라인 해외직구, 해외 여행·유학, 해외 송금 등과 연계해 해외 진출의 가능성과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혁신이 필요한 분야”라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글로벌 핀테크의 30% 이상이 금융결제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페이팔, 알리바바, 레볼루트 등 주요 핀테크 기업도 금융결제를 기반으로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비용 신용카드 결제가 일상화된 가운데 카드사들이 서비스·기술의 혁신보다는 단순 마케팅 위주의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은행도 직불 결제시장 개척 등 새로운 역할을 하기보다는 다른 결제사업자에 입출금 기능을 제공하며 수수료 수입을 얻는데 치중해 왔다.
또 3분기 중 ‘지급지시 서비스업’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 지급지시 서비스업이란 소비자가 상품 등을 구매한 후 결제할 때 지급 결제 전용 계좌에 있는 돈을 판매자 계좌로 바로 이체하도록 은행에 지시하는 것이다. 현재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은 소비자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자체 선불 충전 계좌에 모았다가 판매자에게 전송하는 구조다. 이처럼 두 단계로 이뤄지는 결제 서비스를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독립적으로 계좌를 발급·관리하고 이를 통해 자금이체를 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업’도 도입할 계획이다. 은행 계좌 없이도 현금을 자유롭게 보관·인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종합지급결제업자는 금융상품의 중개와 판매 등 종합자산관리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이 같은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은 하나의 모바일 앱으로 모든 은행계좌에 접근해 편리하게 결제, 송금 업무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융플랫폼의 출현으로 대출, 자산관리, 금융상품 비교, 구매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고 결제사업자는 금융결제 과정에서 소비자와 판매자 등에 대한 광범위한 빅데이터를 창출, 분석함으로써 상품 추천서비스, 비즈니스 컨설팅, 유통·재고 관리 등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금융그룹이 핀테크 기업이 유니콘으로 빠르게 커 나갈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달라”며 “정부도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반드시 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의 신남방 정책은 핀테크를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금융그룹이 글로벌 핀테크 금융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