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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프랑스 파리 구도심 내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 다리에 모인 군중들의 노랫소리가 붉게 물든 파리의 밤하늘로 울려퍼졌다.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는 ‘우리의 여인’(노트르담)을 추모했다.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에 공유된 이 장면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1031만번 재생됐다.
이날 6시 50분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처음으로 목격됐다. 대성당 첨탑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솟구친 불길은 이윽고 파리 어디서도 확인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성당 내부에는 소화기 등이 비치돼 있었지만 대성당 내부가 800여년 된 목재와 납으로 구성된 데다 첨탑 보수를 위해 세운 비계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파리 시민들은 프랑스 혁명과 두 번의 세계대전 속에서도 버텨왔던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이는 장면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지켜봤다.
파리에 거주하는 티보 비네트뤼는 CNN에 “첨탑이 무너진 순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면서 “그러나 많은 이들은 그냥 너무 놀라 말을 잃었다”고 전했다. 그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아주 오랫동안 거기 있었는데 순식간에 절반이 사라졌다”면서 “노트르담 대성당 없는 파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00여년에 걸쳐 완성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세부터 근대, 현대까지 프랑스 역사가 숨 쉬는 장소이기도 하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최대 관광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심장’을 구하기 위해 400여명의 소방관들이 고군분투했지만 불길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수많은 목재로 이뤄져 ‘숲’으로 불리던 13세기 지붕 구조물은 3분의 2가량 소실됐고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대성당의 높다란 첨탑도 무너져 내렸다. 화재 진압 후 공개된 사진을 보면 대성당 내부는 폭격을 맞은 듯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고 채 식지 않은 열기 탓에 바닥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불에 타버린 성당 내부를 둘러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소방 당국 등 방화·테러 등 범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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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첨탑 중 전면 2개가 화마를 피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양측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종탑은 19세기 말 에펠탑이 완성되기 전까지 파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상징물이다. 건물 골조도 남아 있는 상태다.
프랑스 정부는 국제적인 모금을 통해 노트르담 대성당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트르담 성당은 우리의 역사, 문학, 상상력의 삶, 전염병, 전쟁, 해방, 우리의 모든 위대한 순간들이 살아온 곳이자 우리 삶의 서사시”라며 “나는 오늘 성당을 우리 함께 재건하겠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미 곳곳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프랑스 헤리티지 소사이어티’는 이날 성당 재건에 필요한 재원 모급을 위한 웹페이지를 개설했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미국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도 이번 화재와 관련해 전 세계적인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르몽드는 16일 ‘파리 노트르담 사랑해’ 사이트와 ‘노트르담 보수 기금’ 사이트에만 각각 1만 4000유로, 1만 유로를 모금했다고 전했다.
구찌, 입생로랑, 발렌시아가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케어링 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가족들과 함께 1억유로(약 1280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