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고, 북한의 도발은 언제든 한국 경제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美,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
미국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지난 4월에 이어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 이로써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어온 10월 위기설의 핵심 악재가 사라졌다.
미국은 교역촉진법에 따라 △대미(對美)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이상 △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매수 개입 등의 3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 참여 금지 등 직접적인 제재를 받는다. 환율 하락 압박도 받아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의 환율 여건에 대해 “원화가 달러화에 비해 완만하게 절상되는 상황에서도 당국이 순매수 개입 규모를 줄였다”고 평가했다. 평가 기간 중 한국의 매수 개입은 49억 달러(GDP의 0.3%)로 추정하고, 같은 기간 경상 수지 흑자는 GDP의 5.7%, 대미 무역 흑자는 220억 달러라고 각각 추정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갖고 한국이 환율조작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양국 경제수장의 회담은 한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디스, 한국 국가신용등급 유지
희소식은 이어졌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종전의 ‘Aa2’와 ‘안정적’으로 각각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강한 경제 회복력과 재정건전성, 투명한 정부제도 등이 배경이 됐다. 특히 북한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결정은 김 부총리가 지난 12일 방미 중 무디스 관계자를 만나 한국 경제와 정책에 대해 토론을 한 지 닷새 만에 나왔다. ‘Aa2’ 등급은 한국에 부여된 역대 최고 등급이며, 무디스 등급체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무디스는 “북한 관련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으며, 군사적 충돌시 한국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현재까지는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이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앞서 한국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지난해 8월 세 번째로 높은 ‘AA’ 등급을 받았다. 지난 12일에는 피치로부터 네 번째 등급인 ‘AA-’를 받았다.
악재가 하나둘씩 걷히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 특히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기에 맞춰 FTA 관련 장관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 미국은 자국에 유리한 수준으로 시급히 전면 개정을 하자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농산물 개방 우려가 크다. 일각에선 미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즉시 철폐를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을 제기한다.
북한의 도발도 변수다. 지난달 북한 리스크 탓에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금융시장을 빠져나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자금은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각각 8억3000만달러, 34억7000만달러 유출됐다. 총 43억달러 규모다. 이는 유럽발(發) 재정위기 후폭풍이 일었던 지난 2011년 8월(-46억1천만 달러) 이후 6년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한반도 긴장감이 본격화된 지난 8월(-32억5000만달러) 이후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
무디스도 이날 보고서에서 향후 한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는 요인으로 “군사적 충돌 또는 북한 정권 붕괴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