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넉 달간 회계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의 논의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해관계자들의 각기 다른 셈법들이 얼마나 충돌했는지를 방증한다. 이런 점 때문인지 금융위원회는 국제 경쟁력 최하위의 회계투명성을 높이자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 해법은 중도 비둘기파(=온건파) 정도에 그쳤다. 당초 회계학회가 용역안으로 발표한 전면지정제보다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선택지정제란 이름으로 일부 상장사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감사인을 교체하도록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의 이런 방침에 상장사는 환영을, 회계업계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금융위가 1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회계투명성 종합 대책방안을 이달말에 발표키로 했다. 선택지정제는 전체 상장회사 중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사 △소유와 경영이 미분리된 분식회계 위험이 큰 회사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분식회계 우려가 큰 업종에 속하는 회사 등 세 그룹에 해당되는 상장사에 대해 6년에 한 번씩 회계법인을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삼성전자(005930)가 A회계법인에서 6년간 감사를 받았다면 향후 3년간은 빅4(삼일 안진 삼정 한영) 회계법인 중 A를 제외한 곳에서 외부감사를 받는 식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회계학회 연구용역 등을 통해 현재 자율수임제인 외부감사 제도를 전면지정제로 확대하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이는 과도해 선택지정제 방식으로 도입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 대신 금융위는 지정감사를 받는 사유를 확대키로 했다. 지정감사인제도는 신규 상장사, 분식회계 등으로 제재를 받아 증선위가 지정하는 상장사,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회사 등 재무구조가 나쁜 상장사 등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정하는 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를 받는 제도다. 이 사유에 분식회계 발생이 높은 기업들을 추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선택지정제와 지정감사인제도를 동시에 적용받는 회사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지정감사인제도를 우선 적용하는 방식이다.
회계업계에선 지정감사인 확대 제도와 관련 신용평가사 등이 금융당국에 요청할 경우 등에 대해서도 지정감사인을 적용토록 주장했으나 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현재도 주채권은행 등한테 이런 요청권을 주고 있으나 실효성이 낮단 판단에서다. 관심을 모았던 감사보수 상·하한제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김 사무처장은 “최저감사보수에 대한 단정적 규정은 채택하지 않고 대신 감사보수 시간을 회사규모 및 업종별로 나눠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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