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댄 불안한 최대 실적..삼성전자 "메모리 패러다임 바뀌었다" 자신감(종합)

반도체·DP 등 부품 수익 비중 83% 역대 최고
스마트폰 부진 등 세트사업 영업益 2.8조 그쳐
올 4분기, 내년 1분기 비수기 진입으로 실적 하락
삼성 "메모리 내년 2분기부터 수요가 공급 능가"
  • 등록 2018-10-31 오후 3:53:02

    수정 2018-10-31 오후 4:27:25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7조 57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체 수익의 80%에 육박하는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실적의 양대 축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이 올해 들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업황 악화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다자 간 전화회의)에서는 4분기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하락 가능성과 공급과잉 우려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4차 산업 혁명과 함께 데이터센터가 이끌고 있는 메모리 수요가 견고하며, 과거 PC 수요와는 다른 패러다임 변화로 일시적 가격 조정이라고 반박했다. 또 내년 2분기 이후 신규 CPU 플랫폼이 출시되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라며, 반도체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영업益 14.6조 합작…전체 83% 달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은 메모리와 OLED 패널 등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이 이끌며, 부품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이 82.8%로 처음으로 80%를 넘었다.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 시장의 계절적 성수가 효과에 힘입어 매출 24조 7700억원, 영업이익 13조 650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공정 비중을 확대하고 10나노급 D램과 4세대 64단 3D V낸드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주력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매출 10조 900억원, 영업이익 1조 1000억원으로 전분기 부진을 완전히 씻어냈다. 전체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어선 OLED 분야는 플렉시블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패널 판매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다. 또 내년에는 플렉시블 패널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제고되고 폴더블·전장(전자 장비) 분야에서 신규 제품군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시설투자도 약 31조 8000억원(3분기 5조 6000억원) 규모로 반도체(24조 9000억원)와 디스플레이(3조 7000억원)에 약 90%가 집중됐다.

세트 사업은 스마트폰은 경쟁 심화로 실적이 부진한 반면 가전에선 초대형 프리미엄 TV 판매 확대로 실적이 다소 개선됐다. 전사 수익에서 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밑돌았다. IM(IT·모바일) 부문은 매출 24조 9100억원, 영업이익 2조 2200억원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갤럭시노트9’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저가 제품 경쟁 심화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분기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프로모션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이익이 감소했다. CE(소비자 가전)부문은 매출 10조 1800억원, 영업이익 5600억원으로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에서 QLED TV와 초대형 TV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다.

올해 4분기 이후 메모리 비수기 진입…내년 2분기 분수령 전망

삼성전자의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관심은 4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조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수요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번 4분기와 내년 1분기엔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D램의 경우 일부 고객사의 단기적 재고 조정, 낸드플래시는 PC용 SSD시장의 경쟁 심화를 가격 하락 가능성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4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 하락 및 공급 과잉 가능성 등 반도체 사업 전망에 질문의 대부분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수요도 PC 중심에서 모바일·데이터센터 등으로 다변화됐다며, 시장의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을 뿐 과거와 같은 가격 급락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전세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과거 IT시장은 PC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변동됐지만 현재는 모바일과 서버 수요 증가로 수요가 다변화 됐다”며 “PC 수요 사이클과 달리 데이터센터 등 서버 시장은 계절적 수요 변동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서버 시장의 메모리 선순환 구조가 정립되는 초기 단계이며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공급 부족 현상은 20나노 이후 미세공정 기술 난이도 증가와 디지털 환경 변화로 이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 흐름에 대해서도 저변 확대로 인한 수요 진작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전세원 전무는 “낸드플래시의 고용량화가 가격 안정세로 확대되고 있으며, 낸드의 저변 확대에 적극 대응한 결과 삼성전자의 비트그로스(반도체 성장률)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2019년 상반기까지 계절적 비수기로 인한 가격 안정화가 예상되지만 하반기부터는 추가적 수요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D램 메모리의 수요 증가 모멘텀은 내년 2분기 신규 CPU(중앙처리장치) 플랫폼 출시로 예상하며, 낸드플래시도 세계 최초로 6세대 120단대 3D V낸드를 내년 하반기에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분야에서도 EUV(극자외선)를 도입한 7나노 공정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상현 파운드리사업부 상무 “풀(Full) EUV를 적용한 삼성전자의 7나노 공정은 고객의 문의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2019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원가는 경쟁사 대비 경쟁력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11월 1일 본사인 경기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제49회 창립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이날 기념식은 삼성전자가 ㈜삼성반도체통신을 1988년 합병하며 반도체 사업을 본궤도에 올린지 30주년을 맞는 의미도 있다. 이날 행사에는 베트남 출장 중인 이재용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고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장인 김기남 사장이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대내외 어려운 사업 환경과 분위기를 반영해, 조촐한 기념식과 사내 방송 등만 진행하고 별도의 대규모 행사는 열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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