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투약 뒤 친구 살해 20대 2명 중형 선고…“장시간 폭행”

법원, 주범 징역 18년·공범 10년 선고
테이프로 묶어 폭행…섬에 시신 유기
"중대한 범죄, 유족 엄벌 탄원"
  • 등록 2021-02-05 오후 6:40:32

    수정 2021-02-05 오후 7:33:37

마약을 투약한 채 친구를 때려 살해한 혐의가 있는 A·B씨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마약을 투약한 채 친구를 때려 살해하고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기한 20대 2명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표극창)는 살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2)· B(21)씨에게 각각 징역 18년·10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B씨 등 2명은 지난해 7월29일 오후 2시께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주거지 겸 음악연습실)에서 친구 C(22)씨를 때려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당시 C씨와 같이 마약(병원에서 처방받은 마약 성분의 진통제)을 흡입하고 마약 구입 건으로 시비가 붙어 주먹, 발 등으로 C씨를 7시간가량 때려 숨지게 했다.

A씨는 C씨의 두 팔을 청테이프로 묶은 뒤 주먹과 발로 C씨의 얼굴, 몸통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또 C씨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빗자루 등으로 머리, 엉덩이, 허벅지 등을 가격했다. A씨는 장시간 동안 맞아 누워있는 C씨 옆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C씨가 숨을 가쁘게 쉬고 정신을 잃었음에도 A씨는 병원에 데려가는 등의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 C씨는 결국 사건이 시작된 지 9시간30분 만인 당일 오후 11시30께 머리 부위 둔력 손상(경질막밑 출혈 등)으로 숨졌다.

A·B씨는 범행 은폐를 위해 다음 날인 7월30일 훔친 여행용 가방에 C씨의 시신을 담아 인천 중구 잠진도 인근 모텔에서 투숙한 뒤 31일 오전 5시30분께 잠진도 인근 공터에 시신이 담긴 가방을 유기했다.

A씨와 C씨는 2018년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돼 지속적으로 친분을 유지했고 이들은 2019년 말부터 마약 성분의 진통제를 흡입해왔다. B씨는 2019년 12월 A씨의 소개로 C씨를 알게 됐고 지난해 3월부터 A·C씨와 함께 마약을 흡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들은 인간의 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피해자를 장시간에 걸쳐 폭행해 살해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사망한 뒤 시신을 절취한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기하고 도주했다. 유족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A씨는 과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 없고 B씨는 벌금형을 2차례 받은 적이 있지만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며 “B씨는 A씨에 비해 폭행 정도가 약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A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B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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