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편성 시 미리 국회와 협의해야 한다는 ‘예산완박(예산권 완전 박탈)’에 이어 국유재산 활용에 대한 정부 재량권을 국회가 제한하는 ‘재정완박(국가재정 관리·처분권 완전 박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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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유재산 현물출자에 대한 국회 사전 동의 제도 등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자본 확충 등을 위해 국유재산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현물출자를 단행하곤 한다.
지난해 1월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정부 소유 한국도로공사 출자증권과 한국공항공사 출자증권 총 6500억원 규모 재산을 출자한 바 있다. 코로나19 피해 기업의 자산 매각을 지원하는 캠코 사업의 지원을 위해서다.
같은해 12월에도 항공업계 지원의 일환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400억원 규모 시설물을 현물출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예정처는 현물출자의 효과가 현금 출자와 유사한데도 국회 심의나 사전 보고 절차가 없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국회가 미리 출자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없고 국회 결산보고서 제출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물출자를 활용해 국회 예산안 심의를 우회할 수 있으며 현금출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유재산의 현물출자 규모는 2010년 이후 2016년, 2019년, 2020년을 제외하고 모두 이뤄졌다. 2015년에는 3조4969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물출자의 규모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재정민주주의 관점에서 사전에 국회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예정처 판단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정부가 현물출자시 국회 사전 동의가 필요토록 하거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관련 사항을 사전에 보고하도록 제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지금도 국회엔 일정 규모 이상 현물출자 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일부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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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현물출자 뿐 아니라 국유재산 매각과 관련해서도 최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앞으로 5년간 유휴지 등 당장 필요가 없는 국유재산을 16조원 이상 규모 매각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도전 중인 이재명 의원은 “국유재산 민영화는 소수 특권층 배불리기”라고 비판하며 “기재부가 국회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유재산 팔지 못하도록 국유재산법 개정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유재산 매각과 출자 등 정부 재량에서 실시할 수 있는 방안도 모두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법·제도가 개선될 경우 정부의 재량권이 크게 약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이뤄진 캠코와 인천공항공사에 대한 현물출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속히 이뤄진 것인데 앞으로는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등 절차를 거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유재산 민영화에 대한 지적에 정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수차례 나타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장기간 방치된 유휴재산, 활용도 낮은 재산을 조사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매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